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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못보는 것부터 돌아보라

이름 : 윤병국 ( )

날짜 : 2006-11-03 오후 5: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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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부천시청 자치행정과 박한권 과장님이 쓴 글이 ｢특별기고｣라는 형식으로 몇몇 언론에 실렸다. ‘우리는 지난날 보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보게 된다’라는 제목인 이 글의 주제는 마지막 단락에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부천시는 추모공원이나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이 지역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5년후, 10년 후에도 그런 시설들이 우리시민들에게 혐오스러운 시설일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게 있지는 않을까

이 말을 하기 위해 박과장님은 상동 삼광전문요양원과 프랑스 에펠탑 이야기를 끌어와서 설명하고 있다. 즉 삼광요양원을 건립할 당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으나 지금은 그 시설 때문에 ‘일대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상태’이며, 에펠탑도 건립 당시에는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현재는 짧은 소견으로 추모공원과 공영주차장의 건립을 반대하고 있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그 시설들이 삼광요양원이나 에펠탑의 경우처럼 지역의 가치를 높여줄지도 모른다는 주장인 것 같다.

과연 그런가? 삼광요양원 때문에 일대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입소문이 났다는 것은 ‘오바’ 그 자체다. 동네 한가운데 요양원이 있는 것이 주민들에게 손해될 일도 없지만 도움 될 일도 없다. 공기 좋고 넓은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봐야 한다. 대토를 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법,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주간보호시설로의 전환 등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는 원래 계획대로 밀어부쳤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삼광요양원 사례를 통해 주민반대를 이겨 낸 ‘시의 승리’를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 미성숙을 반성해야 옳다. 에펠탑 건립 과정에서 프랑스인들은 반대론을 존중하여 20년 후 철거를 약속하고 건립을 하는 합의를 끌어낸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에펠탑의 성공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떤 일이 에펠탑의 경우처럼 뜻하지 않게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행수를 바라는 것은 도박이다. 행정을 도박처럼 할 수는 없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했던 일도 실수로 판명나거나 한참 후에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3·1 고가도로가 청계천 복원을 위해 해체된 경우를 보라. 하물며 누군가가 극렬 반대하는 일은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민 반대를 받으며 억지로 건설한 삼정동 소각장이 어쩡쩡한 용량과 환경문제 때문에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사례가 아직도 우리 옆에 살아있다. 더구나 화장장에서, 그리고 주차장에서 무슨 요행수가 터져 나올 리 없다. 그것들이 에펠탑처럼 부천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며, 에펠탑처럼 매일 봐서 정이 들어버 가능성도 없다. 만에 하나 세상이 바뀌어서 수십 년 뒤에는 화장장이 ‘문화·복지시설’이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그때 일이다. 지금 현재는 누가 뭐라고 우겨도 화장장은 기피하고 싶은 시설이다.

남보다 먼저 하는 것이 용기일 수도 있지만 남의 사례를 보고 배우는 것은 지혜다. 아직 인근 화장장의 가동률이 50%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라고 하며, 화장수요가 제일 심각한 서울시가 화장수요를 해결할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가 화장수요를 해소하면 경기도는 더욱 여유가 생긴다. 경기도도 광역화장장 건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많은 정황들이 부천이 독자적인 화장장 건립을 서둘 필요가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천시에만 당장에 무슨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부천이 심각하면 다른 도시도 심각하고, 부천이 지자체면 경기도도 지자체다. 부천시만의 시설을 고집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당장 급하지도 않고, 몇 년 안에 ‘지금 보지 못하는’ 더 나은 방안이나 설비가 나올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서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화장장 건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금 못보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 당장 우리 시에 화장장이 없어서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며 화장을 하는 시민들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5배, 6배나 높은 비용을 내고 타 도시 화장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심각하게 말하지만, 1년에 4억원만 지원하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시 집행부가 화장장 건립의 당위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의 이런 불편을 일부러 못 본 척하거나 오히려 선전에 이용할 정도로 비도덕적 않다고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박과장님께 당부한다. 공무원도 시민의 한 사람이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소관업무도 아닌 일로, 특히나 민감한 문제를 글로 써서 언론에 기고하고, 제발 실어 달라고 전화까지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해 보인다. 원로협의회장의 기자회견, 추모공원추진위원장의 공개질문 등으로 이어지는 추모공원 분위기 띄우기용 대언론 기획시리즈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