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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이름 : 아자씨 ( )

날짜 : 2005-08-29 오전 12:19:57

글을 왜 쓸까? 쓰고 싶어서다. 그림을 왜 그릴까? 그리고 싶어서다. 노래는 왜 할까? 노래하고 싶어서다.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함께 하고 싶어서. 혹은 이걸로 돈 좀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걸로 인기 좀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하고 싶어서"다.

노래 하나 부르는 데 무슨 지식이 필요한가? 글 하나 쓰는 데 무슨 학벌이 필요한가? 그림 하나 그리는데 무슨 기교가 그리 필요한가? 연기자를 평가하는 데 연기자가 무슨 대학을 나왔는가가 왜 중요하며, 그 연기자의 평소 생활이 어떠했는가는 또 뭣 때문에 그리 대단하게 떠들어대는가? 그런 것들이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기를 하는 데 무슨 큰 소용이 있다고.

공연 하다가 벗고 싶어지면 벗는 것이다. 자위를 하고 싶어지면 자위를 하는 것이고, 섹스를 하고 싶어지면 섹스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노래를 부르다 왠지 가사를 바꿔 부르고 싶은 것과 같다. 노래를 부르다 말고 멋대로 음과 박자를 주무르는 것이나 같다. 충동이다. 그 순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충동. 그것이 창작이고 그것이 예술이고 그것이 문화다.

MBC 음악캠프에서의 럭스의 퍼포먼스를 두고 말들이 많다. 교양의 부재니, 철학의 빈곤이니 하는 말들. 그러면서 심지어 그런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잘도 떠들어댄다. 도대체 바지 하나 벗는 데 무슨 교양이 필요하고 무슨 철학이 필요한가? 교양이 있고 철학이 있고 도덕이 있으면 벗어도 되는가? 공공의 상식이 있으면 또 벗어도 되는가? 안되면 또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어차피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섹스다. 자기 자신과의 섹스. 자신의 영혼과 자신의 육체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직관과의 혼음이다. 대로는 영혼이 육체와 어우러지고, 때로는 경험과 직관이 통음하고, 때로는 그 모두가 모여 난교를 벌이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충동. 그것이 창작이다. 다른 게 창작이 아니라 그 충동을 현실에서 표현하는 게 창작이다.

물론 그 창작의 결과물이 사회적 통념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사회의 다수에게 불쾌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창작 이후의 문제다. 그 창작행위를 경험하고 난 다음의 느낌이며 판단이다. 그것을 경험한 오로지 개인의 느낌이고 판단이다. 그것이 왜 교양이나 철학이니 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하는가?

오히려 좋지 않은가? 이전까지는 없던 퍼포먼스를 하는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 이전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옷을 벗는 행위를 무대 위에서 공공연히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즐기며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 충동이, 그 열정이, 그리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더 좋지 않은가?

교양이 없으면 어떤가? 교양이라는 건 어차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철학이 없으면 어떤가? 철학이란 것 또한 개인 혹은 어느 집단의 생각에 불과한 것을 좀더 체계적이고 좀더 정교할 뿐이다. 공공의 상식이니 기본적인 예절이니 하는 것들도 결국에는 그 시대, 그 사회의 일반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먼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그것을 왜 교양이니 철학이니 예절이니 상식이니 하는 틀에 맞추려 하는가?

중요한 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연을 보는 이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고. 창작하고자 하는 충동과 그 창작을 즐기고자 하는 충동 사이에서의 접점이 문화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본이다. 그 이외의 것은 그것을 치장하기 위한 수식일 뿐. 그런데 그 수식이 근본을 잡아먹으려 하니 그저 어이없고 한심할 따름이다.

고작해야 성기 조금 내놨을 뿐이다. 그것도 발딱 선 것이 아닌 오줌 눌 때나 쓸 법한 늘어진 것이었다. 그것 가지고 호들갑떠는 것도 우습다. 오줌누는 아이는 사시사철 고추를 내보인 채 벨기에의 한 광장에 서 있다. 다비드는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에서 잘 익은 고추를 내보이고 있고 고야의 마야 또한 미술관에서 음모까지 내보이고 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는 교양이니 어쩌니 하면서 그것들을 심심치 않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행위가 옳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 이전의 문제다. 그들의 충동적 행위를 인정하느냐 아니냐 하는, 창작행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니까. 중요한 건 충동이 존재하고 그 충동으로 인한 행위가 존재하며, 그것을 향유하는 관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 하는 것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전제한 다음에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여튼 문화평론가라는 인간들이 참으로 경박스럽다. 가볍고 얇다. 그들의 교양과 철학을 의심해보게 된다. 문화를 뭘로 보는 지. 예술을 뭘로 보는 지. 창작을 대체 무엇으로 여기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창작행위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사람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공연 중에 옷을 벗는 것이 무슨 창작행위냐고. 옷을 벗는 것 또한 공연의 일부다. 공연이라고 하는 것은 음악을 연주하고 연주하는 자신을 보이는 또 하나의 창작이고. 같은 노래를 불러도 가수가 다르면 전혀 다른 노래가 되고, 같은 가수가 같은 노래를 불러도 다른 무대에서 부르면 또 전혀 다른 무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만일 공연은 공연,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잘못된 오해이고 편견이라 말해 주겠다.

공연을 어떻게 하는가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스스로의 충동에 의해 그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내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택하고 판단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을 뿐. 그런 점에서 럭스의 이번 퍼포먼스는 전혀 그에 대한 수용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 하나가 비판할 부분이다.

문화는 자유다. 문화는 충동이다. 충동과 자유에 의해 문화는 생산되고 향유되고 이어지며 발전한다. 그리고 그 충동과 자유에 의해 도태되기도 한다. 그것이 문화가 살아있다고 하는 것이다. 충동을 충동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유를 자유로서 인정하지 못하면 문화는 죽어버리고 만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문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야 한다. 하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후의 평가야 어찌되었든 하고 싶어서 한다는 그 자체가 근원적으로 부정되어서는 안된다. 문화는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이든 방종이든 일탈이든 어찌되었든 하고자 하는 충동을 통해 마음껏 표출 될 수 있는 살아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화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