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공존해야 하는 교사와 학부모 이름 : 박일환 ( ) 날짜 : 2003-08-03 오후 5:06:39 조회 : 2220    갈등,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공존해야 하는 교사와 학부모    박일환(서울 구일중 교사)     우리 주변에는 수업을 매우 잘하고, 온갖 열성을 다해 학급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래서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존경을 받는 교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체 교사 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반면 교사들은 지나친 교육열에 사로잡혀 있는 학부모들을 향해 고개를 내젓습니다. 이렇듯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교사는 학부모를 불신하는 것이 지금의 낯뜨거운 현실입니다.     이 지점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동반자 관계인가, 아니면 대립자 관계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흔히 교육의 3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의 3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이런 구도에 따른다면 당연히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대립적 관계로 나타날 때가 많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사들의 정년 환원 문제가 불거졌을 때의 일입니다. 교총에서는 정년 환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전교조도 소극적이나마 ‘정년 연장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학부모들은 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교사들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지요. 7차 교육과정 중에서 '선택교과제' 실시 문제를 두고도 교사는 반대 입장을, 학부모는 찬성 입장을 보였습니다. 공청회 장소에서 교사 대표가 나름대로 논리적인 근거를 대며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으나 학부모 대표는 끝내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안에서 교사들의 견해에 반대한 학부모들이 모두 보수적인 단체의 성원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교조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심하게는 전교조의 외곽 단체라는 말까지 들었던) ‘참교육학부모회’같은 단체도 이때만은 교사 편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교육 현안을 둘러싸고 위와 같은 대립관계가 적잖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립과 갈등이 필연이라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이 순간 저는 ‘갈등(葛藤)’이라는 한자말이 ‘칡나무와 등나무가 서로 얽혀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며, 따라서 그 말 속에는 ‘공존(共存)’이라는 개념도 함께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모든 인간 관계의 밑바탕에 이른바 권력 관계가 깔려 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교육에 관한 한 교사들이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던 관행에 비추어 보면, 근자에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여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우려를 밀쳐 버리고 교사와 학부모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지금까지 많은 교사들이 올바른 학생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른바 ‘학부모관’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고민을 해 왔는지 차분히 돌아볼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촌지를 거부하거나 학급 소식을 담은 학부모 통신을 보내는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개인적 실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공존과 소통은 양자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학부모들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한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이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입장이 교사와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으며, 학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도별 교육위원회에도 학부모 대표가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까지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학부모를 교사의 조력자 내지 후원자 정도로 생각하는 협소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이해에 모든 것을 맞출 수는 없으나, 때로는 학교 밖에서 보는 그들의 시각이 사회 전반의 흐름과 시대적 요구를 대변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대립과 갈등은 필연이며,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갈등이 있어야 긴장이 생기며, 긴장이 있어야 거기서 창조적 발전의 동력이 생긴다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동반자 관계냐 대립자 관계냐 하고 물었던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일 수 있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호불신보다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음을 흔쾌히 인정하고, 그 대립 지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갈등의 바람직한 조정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 중등 '우리교육' 4월호에서 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