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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 미선이 49제...

이름 : 한상훈 ( )

날짜 : 2002-08-02 오전 2:40:20

광화문에서 열린 효순이, 미선이 49제를 다녀왔다.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였고 예상대로 우리 주권의 상징인 경찰은 질서있게 우리를 보호해주었다. 저들은 어느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인가?
예식을 진행하는 동안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핑 도는 가운데 과연 미국은 내게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미국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이고, 자유와 평등, 인간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꿈의 나라라고, 우리의 은인이며 동경의 나라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어느날 과연 그것이 진실이었는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품게 되었고 근래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특히 이번 우리 아이들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후 그들이 보여준 행태에 반미를 넘어분노를 떨쳐 버릴 수 없게 되었다.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받아 도로의 가장자리에 나란히도 아니고 한줄로 걸어가는 아이들을 치여 죽이고도 처음엔 자기들은 잘못이 없고 아이들이 잘못했으며 뒤이어 잘못이 자신들에게 있긴 하지만, 공무 수행중 일어난 일이므로 처벌할 수 없고, 절대로 대한민국 법정에 설 수 없다고 말하는 미국이 과연 우리의 우방인가?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6.25의 도움으로 미국은 쉽게 우리에게 은인이요, 혈맹이라는 말로 표현되어왔으며 풍족한 그들의 물질 문명으로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았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지만 일본과 미국이 맺은 가쓰라 테프트 밀약이 일본의 조선 침략에 큰 힘을 주었으며 개화기 많은 미국인들이 일본을 도왔다는 것이 너무 가볍게 다루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이 땅에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환영나온 우리 백성들에게 총알을 퍼부으며 상륙했고, 수많은 친일 세력을 비호하고 우리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또한 6.25 참전 역시 우리에게는 분명 큰 도움이었지만 결국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참전이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고, 그 알량한 은혜도 미국의 요청으로 참전한 월남전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흘린 피로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참전으로 피흘린 우리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우리가 상처를 준 베트남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구상 어느 곳에서 주둔비를 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아가며 미군이 주둔하는 곳이 있으며 주둔지에서의 미군 범죄에 대하여 치외법권적 권리를 누리는 나라가 있는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들과 싸워 패전한 독일과 일본에서 조차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내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몇 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미군의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오키나와 현지에 날아와 일본식으로 머리 숙여 절하며 사과를 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 그들은 우리 아이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인, 14살 소녀들을 장갑차로 깔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무참히 죽이고도 공무 수행중 일어난 사고라는 말로 형식적인 사과만을 한 체 넘기려하고 있다.
공무 수행을 하는 중이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니, 도대체 그 공무는 어떤 일이고 누구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나 궁금하기만 하다. 미국에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 공무 수행이라는 말로 면죄부가 주어지는지도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미 관계는 결코 우방이 아니다.
또, 미군 성 추행 사건 당시 일본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또 지금 우리 정부가 행하는 태도와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하면 이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가 의심스럽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예기관인지 의심스러우며 우리 정부는 또 무슨 생각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미군을 지켜주고 항의하는 시민을 막는 것이 우리의 정부라는 생각을 하노라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미 답은 간단하게 나타났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의 우방도 아니며 우리를 절대로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주둔군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한 그들은 이 땅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재는 잣대와 우리를 재는 잣대가 다르다면 그 사이는 더 이상 우방이라고, 혈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우리도 더 이상 입을 다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을 죽인 자들이 우리 법정에서 조사받고 죄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며 미군이 범죄를 저지를 때 마다 내세우는 한미 주둔군 협정이 정당한 관계로 고쳐질 때까지 싸워야 한다.
모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마음으로 부터의 사과를 받는 그 날 우리 아이들이 진정 눈을 감을 수 있을테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효순이, 미선이 부모님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이름을 걸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미국에 대항할 것이다.
미국이 우리 나라를 존중하는 그 날까지 그들에 대항해 싸울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 땅의 모든 집단과도 싸울 것을 다짐한다.
제 나라의 어린 꽃들이 남의 나라 탱크에 깔려 죽었음에도 단 한줄의 보도조차 않은 조선일보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땅은 누가 뭐라해도 우리의 땅임을 깨닫도록 말이다.

효순아, 미선아.
부디 편안히 눈감고 미군없는 세상으로 잘 가거라.
주님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소서.

* 미국은 형사재판 관할권을 포기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 부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불평등 소파 협정 즉각 개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