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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자 신문 가난한 독자인가?

이름 : 김우출 ( )

날짜 : 2002-07-21 오전 2:14:00

왜 부자 신문 가난한 독자인가?
언론 문화의 왜곡 현상과 신문 바로 보기 운동

김우출 기자 k82115@chollian.net

한겨레신문의 논설위원인 손석춘씨가 경북 안동시민연대의 초청으로 2002년 7월 12일 저녁 7시 30분, 안동카톨릭문화회관에서 언론 운동에 대한 강연을 했다.

경북 영주에 살고 있는 필자도 3명의 지인(知人)들과 함께 안동에 찾아가서 그 귀한 강연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필자는 그날 있었던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올림으로서 미처 그 강연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그 내용을 알리고자 한다.

그는 먼저 '왜 언론 문화를 바로 보아야 하는가?' 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세 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생존하기 위하여(제 명대로 살기 위하여), 둘째,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셋째, 올바르게 살기 위하여' 가 그것이다.

첫번째 이유인 '생존하기 위하여' 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의 9.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초토화(焦土化)된 다음에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이 다음 차례라고 하는데,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기지와 휴전선 부근의 구식 무기를 괴멸(壞滅)시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부시와 일본의 고이즈미 체재에서 한국마저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에는 '2003년 남북 전쟁설' 이 그 가능성에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비난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태도가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주한 미군 사령부가 있는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이저 신문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친미 사대주의 입장을 견지(堅持)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문화를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서해안 교전 때도 전쟁을 부추기는 보도 태도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번 미군 병사가 탄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압사한 사건을 조선일보는 사건 발생 일주일 동안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주한 미군 사령관은 미군 병사는 전혀 과실이 없었다고 하다가 시민 단체에서 여론화하자 8일만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으로 입장을 선회(旋回)했다.

과거 일본에서 주일 미군 한 명이 일본 여고생의 집으로 들어가서 성추행을 하려고 하다가 잡힌 적이 있는데, 주일 미군 사령관이 사과를 해도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자 미국 대통령이 직접 오끼나와까지 와서 사과했다고 한다. 우리와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결국 언론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든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교육과 의료 부문이 무료인데도 이러한 국민 복지에 대해서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마치 좌익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니 언론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엄연히 고칠 수 있는 병이라도 아직도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은 토니블레어 같은 사람이 사회주의자인데도 정권을 잡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라면 국가보안법 때문에 장기수가 되기 십상이다. 최장집이나 한완상씨 같이 리버벌한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급진 좌경으로 몰고 가는 것이 조선일보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온 것을 보고 평양의 붉은 스카프를 연상할 정도였는데 최근 '붉은 악마' 들의 'Be the reds' 라는 영문자가 적인 티샤츠를 보고도 아무 말을 못한 것은 거기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의 수의 기세에 밀린 것뿐이었다.

세번째 이유로 든 '올바르게 살기 위하여' 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식을 해 본 사람들은 배고픈 고통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것인 줄 알 것이다. 만약 우리들의 어린 자녀나 동생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런데 황장엽씨 말로는 북한의 아사자(餓死者)자 300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북한의 공식 발표만으로도 만 명이 넘는데 우리 남한의 음식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이 연간 7조 원이 넘는다고 하니 이 큰 죄악을 100년 뒤의 역사가 우리들을 용서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북한에다가 퍼주기만 한다면서 비난하고 있는데 그것이 모두 언론의 편파보도와 왜곡보도 때문이다.

지난 정권 때 조중동이 만약 금강산댐의 수공(水攻) 위협이 있다고 평화의 댐 성금을 모금하듯이 북한어린이 돕기 운동을 했다면 한겨레신문과 몇 몇 시민단체에서 모금 운동을 하여 도와주었던 수 십 배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뿐인가? 조선일보는 재야단체에서 성금을 모금하여 활동비로 썼다고 터무니없는 보도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해외에서 북한에 보낸 식량을 바로 북괴군들이 무장 탈취하여 군량미로 쓴다고 했으니 우리가 식량을 보내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해치는 병력(兵力)을 배불리는 결과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나치 정권 때의 유태인 학살을 대다수 독일인들은 몰랐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몰랐다고 하더라도 모르고 지은 그 죄는 용서되지 않는다. 이 엄청난 도덕적 불감증은 '언론 바로 보기 운동' 이 아니고는 치유(治癒)가 되지 않는 법이다.

대략 이 정도로 강연을 끝낸 그는 몇 사람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스스로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민족지라고 자랑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 없다. 일제 때 학병에 참여하라고 보도한 후, 명분 없는 전쟁에 신랑이 나갔다가 전사한 집에 가서 신부와 인터뷰하고 "나는 내 남편을 조국에 바쳤기 때문에 조금도 슬프지 않다" 라는 말을 실었던 신문이다. 폐간 경력을 자랑하는 신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군인들이 신문사 앞을 지키면서 총칼의 힘으로 폐간시킨 것이 아니고 태평양전쟁 때 물자 절약의 일환으로 몇 몇 신문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6개월 간 협상한 결과,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탄 비행기 한 대에 12만 원 하던 그 당시에 100만 원을 받았으니 그것도 폐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월간조선' 의 전신인 '조광'에는 '오천 년 역사에서 우리 조선이 가장 뛰어난 일을 한 것은 한일합방이었다' 라는 글이 있다고 하면 여러분들은 믿을 수 있겠는가?

유신반대 데모를 하던 부마사태 때 탱크로 깔아뭉개면 된다고 했던 차지철을 경호실장으로 삼고 종신 정치를 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그 향수 때문에 그 딸이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이미 장면 정권 때에 기획된 것이었고 그가 아니어도 오늘날의 경제 발전은 노동자 농민의 손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단 한 바디도 비판하지 않았던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은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인데, 그는 5·18 때 '지금 광주에는 총을 든 난동자들이 무법천지를 만들고 있다' 라는 내용의 기명(記名) 기사를 썼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그는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람이어서 항상 그의 주변에 인물이 많다고 신용비어천가를 지어서 앵무새처럼 보도하던 것이 조선일보였는데, 그는 결국 5천 억을 챙겨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고 말았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때는 또 어떠했는가? 집회를 하던 노조원들의 가슴에 고용된 폭력배들이 인분을 뿌려대어도 보고만 있던 경찰은 상황이 끝난 후에 그 어린 여공들을 연행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다음날 신문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사주(社主)가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체제하에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신문에서 기자 생활 10년 만 하면 연봉이 8천만 원이 넘는다. 그들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의 경우에서 보지 않았는가? 탈세(脫稅)로 잡혀가는 사주와 눈도장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도열하고 '사장님 힘내세요' 라고 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기간행물법을 고쳐야 한다. 그래서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만들어서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권력과 싸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바른 언론 하나 만들기 위해 국민주를 모아 만든 한겨레신문을 여당지라고 하고, 또는 호남사람들의 신문이라고 호도하고 있으니 어찌 '언론 바로 보기 운동' 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부자 신문인 조선일보가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해도 그걸 곧이 듣고, 조중동 같은 메이저 신문이 제대로 된 신문이라고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가난한 노동자 농민이 집회나 시위를 하면 어느 신문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는가? 그들의 주장을 제대로 보도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결코 그런 부자 신문은 아닐 것이다.

강사 손석춘은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하다가 해직되었고, 성공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실장, 한겨레신문노조위원장, 주간 '미디어 오늘' 발행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또 한국기자상, 한국언론상, 민주언론상, 통일언론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을 거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중앙대학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와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여론읽기 혁명」, 「신문읽기의 혁명」, 「언론 개혁의 무기」, 「신문 편집의 철학」, 「한국언론운동의 논리」, 「아름다운 집」(장편소설), 「부자신문 가난한 독자」가 있다.

2002/07/13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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