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원 윤병국
시의회 139회 임시회가 26일로 끝났습니다. 이번 회기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힘들었지만 큰 성과를 둘씩이나 얻었습니다. 그 첫째는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된, 독소조항을 담은 거주외국인 지원조례가 제정되는 것을 막은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 상임위원회의 회의 중 비공개로 진행되던 토론과 표결과정을 차후로는 공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큰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현재 부천시의회의 4개 상임위원회는 절차에 따라 방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토론과 표결과정은 방청인들을 모두 퇴장시킨 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안건을 제안한 관계공무원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방청을 허용하다가도 안건의 가·부결을 결정하는 의원 간의 토론이나 표결과정은 공개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기자나 방청인들이 있는 때에는 열심히 비판하다가도 토론이나 표결 과정에서는 전혀 상반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행정복지위원회도 이번 회기 중인 22일, 행정기구개편 조례와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를 다루면서 언론으로부터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조례제정의 문제점을 열심히 토론했지만 2건 모두 결과는 가결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 5명을 제외한 4명의 의원들은 23일 오전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매번 열심히 준비하고 질의하여 문제점을 찾아내도 의사결정은 할 때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뜻대로 처리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특히 화장장, 노인병원, 장애인작업장 등 시장이 역점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있어서는 아무리 문제점이 노출되어도 결과는 그냥 통과였습니다.
이런 의회를 시 집행부 공무원들이 무서워나 하겠습니까? 건성으로 대답하며 그 순간만 모면하면 다 알아서 처리해 줄 텐데 말입니다. 소수라 무시당하는 것이 서럽고 억울하고 무기력한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만 진행된다면 지방의회가 단순한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집행부의 독선 행정에 면죄부만 주는 유해한 기관으로 추락해 버릴 것입니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협조할 사안을 협조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부당한 사업은 저지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고유 기능일진대, 명확하게 문제가 제기돼도 집행부 뜻대로 가결된다면 없는 것만도 못한 의회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희들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23일 의사일정 중 질의응답 시간에는 회의장에 입장을 거부했으며,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시간에 참여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결과를 합의해 낸 것입니다. 이제 행정복지위원회의 회의는 모든 과정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비공개로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에 정해진 대로 소속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속기가 힘든 자유토론 과정도 공개될 것이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예산심의 계수조정 과정도 공개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토론이 끝난 후에는 속기를 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정리하여 찬반토론의 기회를 주기로 하였으며 표결과정도 공개 됩니다.
따라서 행정복지위원회 의원들이 토론과정에서 어떤 의견을 주고받는지 방청할 수 있으며 속기록을 통해서도 찬성·반대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닌 경우는 찬성·반대 의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합의를 한 그날 처리한 조례안 2건은 합의대로 진행됐습니다. 속기가 없는 상태에서 자유토론을 했으나 회의를 속개한 후 속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찬반토론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동 통합에 대해서 반대토론과 찬성토론을 번갈아 했으며 결국 거수로 표결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회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온 너무나 당연한 회의절차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잘 의논하여 볼썽사납지 않게 처리한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왔던 것입니다.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를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것도 결국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상임위원회에서 이 조례안을 다루면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조항이라며 제발 보류라도 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다수의 의사로 통과시켜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본회의장에서 많은 의원들이 이 조례의 문제점에 공감하여 부결 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수의 의원들이 소속 당을 내세워 단합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에 근거한 판단을 해 주신 것입니다. 이런 의회가 진짜 의회가 아닙니까?
이번 의회는 이래저래 희망을 만든 의회입니다. 특히 앞으로 회의를 공개하여 의원 개인의 의사를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행을 고친 것은 두고두고 희망으로 남을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소중한 결정을 해 준 행정복지위원장과 동료 의원님들, 그리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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