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원 윤병국
지난주부터 메일 보내는 날짜를 못지키고 있습니다. 지난주는 그냥, 무작정 날짜를 한번 어겨 보고 싶었습니다. 허술한 면도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보고자하는 고도의 전술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이번주는 의도적으로 늦췄습니다. 월요일(22일)에 거주외국인 지원조례 심의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이 조례의 핵심은 미등록외국인(블법체류자)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데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2006년도에 행정자치부가 뜬금없이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에 시달했는데, 표준안에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미등록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기된 것입니다. 표준안대로 조례를 제정한다면 명백히 불법체류자 지원금지조례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행자부안대로 조례를 제정하고 나섰습니다. 부천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천시는 2006년 12월 행자부표준안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제가 이것을 발견했고 외국인노동자의집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입법예고 된 조례안에 대해 외국인 지원단체들의 반대의견 제시가 있었고 시는 조례제정 움직임을 중단 했습니다. 2007년 8월, 제가 나서서 미등록외국인 지원을 금지한 단서를 삭제하고 다른 내용을 보강한 조례안을 만들어 간담회를 열었는데 시집행부는 자신들이 조례를 발의할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집행부가 새로 만들어 의회에 상정해 온 조례안에는 여전히 불법체류배제를 명시한 단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등록외국인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어느 법에도 위반되지 않습니다. 흔히 불법체류자로 부르는데 이 사람들은 무슨 범죄자가 아니라 단지 체류에 대해서만 법을 위반했다는 의미입니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체류조건이나 체류기간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자체를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입국관리법 어디에도 이들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을 하지 말라는 조항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의무교육 허용, 노동조합결성 허용, 긴급 의료지원 등 불법체류자와 그 자녀에 대한 지원을 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사항들을 아무리 설명해도, 변호사의 법률검토를 제시했어도 결국 문제의 단서조항을 빼지 못한 채 조례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심의하기 위해 보류라도 해달라는 애원도 짓밟혀버렸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20만명의 국민이 미국 땅에 불법체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국인들이 없으면 산업이 유지될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불법타령을 하며 결식아동을 도울 것인가 불법체류자를 도울 것인가 하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붙잡혀 있습니다.
이 조례안을 제안설명한 총무과장은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들을 전부 예비 범죄자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질의답변 중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글이라며 불법체류자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누가 썼는지, 사실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통계에 근거한 글도 아닌 것을 마치 모든 외국인은 성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인상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분통이 터졌습니다.
만에 하나 그 말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불법체류자 지원을 금지하면 외국인범죄가 사라지는 것입니까? 부천시는 이 조례가 없는 현재도 1억 6천만원 정도의 예산을 거주외국인을 위해 지원해 왔습니다. 물론 체류자격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례가 제정되면 기존의 작은 지원조차도 불법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더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기존의 지원마저도 차단해 버리는 조치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조례안은 이 독소조항을 포함하여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목포시는 이 단서를 없애고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대구 달서구, 천안시, 성남시, 안산시는 단서를 보완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인도적인 조례를 제정하자는데 부천이 앞장서면 무슨 큰 일이 나는 것입니까? 제대로 모르면서 마치 자신들이 법률의 수호자인양 자처하는 모습이 가소롭기만 합니다.
이 조례는 26일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미등록외국인들이 범죄자가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해보겠습니다. (26일 본회의는 부천시의회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도 생중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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