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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투쟁이 아이들 학습권을 침해한다? 
[칼럼] 연가투쟁 탄압하는 교육부의 해괴한 논리

하재근 컬럼니스트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51906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해 교육부는 무조건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 명분인즉슨 전교조의 투쟁이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단다. 학습권? 좋다. 학습권 얘기 좀 해보자.

나는 누구보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학습권을 침해하는 무리들에게 분노한다. 누구인가? 누가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가?

바로 정부다. 참여정부, 국민의정부, 문민정부, 교육부, 대한민국 민주화세력, 수구세력 등이 모두 공모해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탈하고 있다. 전교조는 거기에 맞서 결사 저항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히려 교육부가 전교조에게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해괴한 딱지를 붙이고 있다.

원래 하나의 집단처럼 보였던 민주화 세력 일반과 전교조가 갈라진 것은 민주화 세력 주류가 권력을 장악한 후다. 민주화 세력 주류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에 전교조는 강고히 막아섰다. 그러자 전교조더러 참교육 정신을 망각하고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는 개혁 걸림돌이란다.

웃기는 소리다. 참교육 정신? 말이면 다 말인가? 민주화 세력 주류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에 무슨 참교육 정신이 있고, 아이들 학습권이 있는가? 교육개혁은 교육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검은 괴물의 겁탈 같다.

교원평가 괴수, 성과급차등지급 괴수, 공영형 혁신학교 괴수, 공모교장제 괴수, 괴물이란 괴물은 총출동이다. 이 괴물들을 풀어놓은 건 교육부다. 이 괴물들은 교육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것이다. 이 괴물들 앞에 학습권이고 뭐고 무사할 성 싶은가?

적어도 민주공화국에서 학습권은 천부인권의 범주에, 그리고 기본적 시민권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그러한 학습권은 철저히 능멸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입시경쟁 구조가 이 나라 초중등 교육을 말아먹는 데 있다. 입시경쟁 구조가 아이들의 학습권을 박탈하고 입시학습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부께서는 이렇게 말한다. “국민여러분~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교사에게 있습니다. 교사를 매우 치면 교육이 살아날 것입니다~” 웃기는 소리도 자꾸 들으니까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입시 경쟁 구조를 교사들이 만들었나? 교사 때려잡으면 입시 경쟁 구조가 사라지나?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평가와 경영합리화를 통해 일류 강사로 탈바꿈한다 해도 공교육의 붕괴상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 학습권? 도대체 뭘 학습시킬 건데?

왜? 도대체 왜? 교육부는 교사들을 때려잡으며 교사, 전교조와 국민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국민을 우롱할까?

전교조와 국가 교원체제를 무너뜨려야 공교육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고, 연봉제로 나아가고, 공모교장을 통해 사적인 경영원리를 학교에 도입하고, 공영형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과정을 유연화, 입시 학습을 강화하고, 구조조정과 학교다양화를 통해 교원체제와 학교 체제를 유연화해 공교육을 해체, 사회 양극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전교조와 정규직 교원체제가 사라져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 원리로 대학서열체제를 오히려 심화해 입시경쟁을 가속화한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아예 말살하려는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 고등교육을 시장체제로 재편하려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격심한 고등교육 격차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능과 논술과 내신을 고루고루 강요해 국민들에게 보다 큰 사교육비를 강제한다. 재산별 신분분리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행여나 아이들이 이런 입시경쟁구조를 아예 거부라도 할까봐 EBS수능강좌나 방과후학교같은 당근을 던져 의식을 마비시킨다. 전 국민을 입시경쟁의 전선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통해 가난한 집안 자식들이 입시경쟁에서 부자들을 이기는 일은 없다. 그렇게 되면 신분분리라는 교육개혁의 취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와 공모교장 경영성과 평가, 학교 평가를 통해 학교는 학원처럼 변해갈 것이다. 입시학습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성과급차등지급은 교원체제를 유연화해 전교조를 무력화한다. 교사를 무력화해야 교육을 침탈할 수 있다. (교사 집단은 교육의 존립 그 자체에 이해관계를 가진 유일한 집단이다. 당연하다. 교육이 죽으면 교사도 죽으니까. 그래서 전교조는 죽어라고 보충수업에 반대하는 것이다. 살아야 하니까.)

민주화 세력 집권 이래 공교육은 파탄이 났다. 교육부의 교육개혁은 교육을 기어코 거덜 낼 것이다. 학습권? 웃기지 마시라니까.

연가투쟁하지 말라고? 연가투쟁을 일년 365일 하나? 일년에 한두 번이다. 더구나 이번 연가투쟁은 교원평가 저지, 성과급 차등지급 저지라는 중대한 명분과 함께 한미FTA저지 민중 총궐기 참가라는 또 하나의 명분이 있다. 학교에서 입시학습 일년에 한두 번 약하게 시켜서 교육말살을 막고 사회 양극화를 막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진정 교육자가 할 일이 이런 일들 아닌가?

교육부는 뻔히 저항이 예상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저항하지 말란다. 어쩌라고? 정부는 뻔히 저항이 예상된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저항하지 말란다. 어쩌라고?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노조 와해를 앉아서 받으라니, 노조가 바보인가? 교육말살을 앉아서 받으라니, 교사가 바보인가? 전교조 조합원들을 별 이유도 없이 구속시킬 때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않았나? 교원평가, 성과급차등지급을 강행하면서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않았나? 때리니까 맞은 사람이 ‘악!’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시끄러워서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것인가?

입시경쟁구조를 말살하지 않는 한 이미 말살 지경인 대한민국의 공교육, 아이들의 학습권은 살아나지 않는다. 입시경쟁구조는 대학서열체제에 그 근원이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서열체제는 건드리지도 않으면서 교사들만 닦달한다. 어쩌라고?

대학평준화 혹은 그에 준한 조치 외엔 아이들 학습권을 지켜줄 대안이 없다. 전교조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전교조가 아이들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교육부에게 들려줄 말은 이 한 마디뿐. 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