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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이 낳은 '큰 시인' 미당 서정주에 대한 글이 한 지방지에 실렸더군요. '아름다운 구슬에도 티가 있듯' 미당에게도 티가 있을 수 있다나요? 누가 썼나 보았더니 미당시문학관 이사장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다가 구토가 나오려 해서 글 하나 써서 보냈습니다. 어떤 인물을 미화할 수도 있지만 거짓말과 과장으로 사람들을 현혹해서는 안 되지요. '과거사 청산'은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꺼내 욕보이자는 게 아닙니다. 부관참시를 하자는 게 아니라, 제 몫을 찾아주자는 겁니다. 제 몫만큼씩만 누리면 됩니다.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 취급 받으면 안 됩니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 대우 받아서야 쓰겠습니까?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을 그렇게 욕해대면서 정작 우리 역사 왜곡은 눈 감아 버린다면 이건 말이 안 되지요. (군산 핵폐기장 문제 이후 지방 신문들을 단속적으로 훑어보는데... 대다수의 지방지들 논조가 거의 장난 수준이더군요. 무엇을 위해 그 신문들이 존재하는지......) -군산에서 김영진 드림 -------------------------------------------------------------------------------- 미당 '제 몫 찾아주기' (…)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그대/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장하도다/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 '오장(伍長) 마쓰이 송가(頌歌)'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는 가미가제 특공대 자살 노름이 숭고한 애국 행위라며 조선 청년들이 본받을 일이라고 외쳐대고 있다. 일본을 위한 전쟁에 나가 싸우다 기꺼이 죽을 것을 조선 청년들에게 강권하고 있다. 미당 서정주의 시다. 우리의 '큰 시인' 서정주는 이런 시들을 써대며 일제에 아부했다. '항공일에'(1943, 일본어시), '헌시(獻詩)'(1943), '무제'(1944) 등의 시에서도 이런 치졸한 부일(친일)을 읽을 수 있다. '시의 이야기-국민 시가에 대하여'(1942, 평론),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1943, 수필), '인보(隣保)의 정신'(1943, 수필), '스무 살 된 벗에게'(1943, 수필), '최체부의 군속 지망'(1943, 소설), '보도행'(1943, 수필) 등도 미당이 쓴 부일(附日) 작품이다. 이렇듯 그는 문학 전 장르에 걸쳐 부일 작품을 써댔고, 종군 기자 노릇까지 하기에 이른다. 젊은 작가 서정주는 무엇을 바라며, 왜 그렇게 앞장서 일제의 주구 노릇을 했을까. "일본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못 가도 몇백 년은 갈 줄 알았다."는 그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일제가 패망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 짓을 계속하고 살았을 것이라는 말인데, 일본의 패망 앞에서 우리의 '큰 시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해방 이후 미당은 『이승만 박사전』이란 이름의, 독재자 이승만의 전기를 집필한다. 미당은 1986년 『문학정신』이란 문학 잡지를 만들어 발행인이 되고, 문학이 정치성을 띠어서는 안 된다며 '민중 문학' 진영을 공격하는 일에 앞장선다. 그는 전두환 군사 정권을 측면 지원하는 일에 문단 권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당이 중심에 서있던 <한국문인협회>는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치'를 위대한 구국의 결단이라고 속보이는 아부를 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자기 모순을 보여준다. 1981년에 미당은 전두환 대통령 후보를 위한 텔레비전 지원 연설까지 한다. 그리고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로 시작해서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로 끝나는, 그 유명한 '전두환 대통령 각하 제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訟詩)'라는 제목을 단 '용비어천가'를 쓰기에 이른다. 문학적 재능을 앞세워 일본 제국주의를 칭송하고, 시적 재능으로 신군부의 군홧발을 미화한 미당. 권력을 향해 일관된 자세로 자신의 문학 재능을 팔아먹은 사람. 문제는 이런 해바라기 시인을 우리 문단 최고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찬양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제 몫만 누리면 된다. 미당은 시어를 꽤 잘 부려쓰고 권력에 아부 잘하는 '시인'답지 않은 시인으로서의 몫만 누리면 된다. 시인은 아이의 눈을 가진 사람이다. 맑고 순수한 눈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다. 김영진(군산영광중 교사) <전북일보> 2004. 12. 18. -------------------------------------------------------------------------------- 아름다운 구슬에도 티가 있듯... 서정주 시인에 대한 친일성토 방송 보고 우리는 살아가는 날들 동안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사랑하는 힘을 끊임없이 발휘해야 한다. 즉 자기보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성숙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사회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나 매스컴이 남을 욕하고 탓하는 기사일색에서 개인적인 신분이나 인격까지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일방적으로 짓밟아 버리는 도덕 윤리가 망각된 험악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 사랑과 인정을 베풀며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밝고 명랑한 사회가 매우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항상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이웃의 삶을 소중하게 통찰해 보는 혜안과 사랑의 힘은 문학적 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1915년 5월 18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 578번지 에서 가낭한 농부 서광한(徐光漢)의 장남으로 출생 마을 서당에서 1924년까지 한학 수업을 하다가 당시 부안군 줄포 공립 보통학교에 입학 5년 만에 수료하고 1929년 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하여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壁)’으로 당선. 바로 ‘시인부락’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활약 동인으로는 김동리, 이용희, 오장환 등과 같이 시문학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1941년 첫 시집 ‘화사집(花蛇潗)을 발간하고 1946년 제2시집 ‘귀촉도(歸蜀道)’를 발간하면서 제3시집 ‘서정주시선’ 제4시집 ‘신라초’ 제5시집 ‘동천(冬天)’등 주옥같은 명시를 계속 발표하였고 1973년 현대문학에 장편소설 ‘석사(碩士)’, ‘장이소(張耳笑)’의 산책을 2년간 연재로 발표 세인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시 에서 장편소설까지 능란한 시구(詩句)를 감상하면 논리를 초월한 직관의 표현 우리말이 도달할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를 보여 주었음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것이다. 구슬에도 티가 있듯이 그분이 일제말기(1942년 1944년까지)에 그 당시 전항(戰項)을 친일적으로 표현으로 묘사한 낱말 문항 몇줄을 가지고 본격적인 친일파로 물어붙이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이 아닌가 생각 된다. 지목된 친일시를 미당시문학관에 공개 전시하였다. 직접 오셔서 읽어 봐 주시고 독자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그분이 쓴 ‘종천순일파’라는 시에서 보면 나를 친일파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의(異意)가 있다. ‘이것은 하늘이 이겨레에게 주는 팔자다’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라도 익히며 살아가려 했던 것이니 여기 적당한 말이라면 ‘종천친일파(從天親日派)’같은것이 괜찮을 듯 하다. 이때에 일본식으로 창씨개명까지 하지 않을수 없었던 우리 다수 동포속의 또 다수는 아마도 나와 의견이 같으실 듯 하다. 「팔할이바람,담시집에서」특히 민족은 지긋지긋한 원한의 35년간 일제의 압정 밑에서 가진 핏박을 받으며 민족정기를 말살당하며 살아온 쓰라린 역사를 지닌 한많은 민족입니다. 그런 와중의 왜정시대(倭政時代)에 그분이 많든 적든 다소의 표현이라도 친일적 표현의시를 썻다는 것은 씻을수 없는 과오요. 지각있는 구민이면 누구나 분개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서는 저희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분의 시세계에서 그런점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우리민족의 문학적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보여준 주옥같은 명시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시문학의 발전과정과 시문학이 국민정서에 미친 영향을 재 조명하고 미당 서정주 시인이 남긴 시문학의 발자취를 연구 문학적 가치는 언제나 현실과 역사.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과의 진실한 교감속에서 탄생 한다는 진실을 알게하고 질마재에 온통피여 출렁이는 국화꽃 파도속에서 아름다운 미당시의 향기를 회상하며 후세 문학도들의 길잡이가 되고저 노력하고 있다. 박우영(미당시문학관 이사장) <전북일보> 2004.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