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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효석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군산영광여고 김영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싱싱하게 사시는군요. 중국에 가셨나 봅니다. 늦었습니다만, 음력의 힘을 빌려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 또 들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정범구 의원과 한 입씨름입니다. 재미삼아 읽어 보세요.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요.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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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정범구 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일산갑)이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개혁 요구가 '새로운 기회주의'로 의심된다며 이를 경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기사를 읽다 하도 한심한 생각이 들어 게시판에 이런 쪽글을 올렸다.]

제2의 김민석 = 정범구

정범구!

당신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이나 진행하지 
뭐 하러 정치판에 뛰어들어 이 모양으로 망가지나?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 진행할 때와 
국회의원 막 되었을 때 당신 괜찮았다.
국회의원 막 시작할 때 젊은 386세대 국회의원과 함께
광주도 가고 어쩌고 하더니...

그래 인간 관계가 항상 문제다.
인간 관계가 사람을 망가뜨리는 일 우리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정 박사도 한화갑 씨와 맺은, 밀고 당겨주는 관계 
그 끈 때문에 이렇게 망가지고 마네그려.
그렇게 똑똑하던 사람이...

노무현 힘들어 할 때 낯짝 한번 안 내밀던 당신 이름 
내가 여기서 거론한 적 있었다.
당신 어디 갔냐고...

난 그때 당신 알아봤다.

김민석이 개혁파 의원들의 행위 절차를 문제 삼으며 
동교동에 꼬리 흔들던 모습, 
정범구 당신한테서 다시 보게 되었어...

에라이 카멜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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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명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차가워지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반응에 대해 <오마이뉴스> 그 기사 속에 반론을 띄운다. 나는 그의 글이 갈수록 한심해져서 '아침이슬'이란 아이디로 또 이런 쪽글을 올렸다. 이 쪽글은 그의 홈페이지(www.bumgoo.net) 게시판에도 함께 올렸다.]

정 의원님 답변을 요구합니다!
정 의원님, "그때"는 뭐하시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계"와 "김민석"을 떠올리는 이유

정범구 의원께

반론 글 잘 읽었습니다. 정 의원께서 인용하신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계"를 언급했던 바로 그 네티즌입니다. 저는 그 글을 정 의원님 홈페이지에도 올렸고 정 의원께 메일로도 보냈습니다.

반론 글 읽으며 참 옳은 말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이 허전해지는 건 왜일까요?

저는 정 의원께서 정 박사로 불리며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때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 신선하고 이지적이며 개혁적인 모습을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정치판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리라 기대했습니다.

새로운 기회주의를 경계한다며 "주류"를 거부하는 용기! 왜 후단협이니 정치자영업자니 하는 그 쓰레기만도 못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말아먹고 있을 때, 민주당을 짓이기고 있을 때, 국민들과 함께 민주 절차를 통해 뽑은 제 당 대통령 후보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 때, 그런 작태들을 국민들이 그렇게도 역겨워 할 때, 정 의원께서는 그 정신나간 사람들이 보여준 기회주의에 대해서는 왜 경계하지 않았을까요? 이번과 같은 성명서를 왜 그때는 쓰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왜??

이 점이 정 의원의 성명서가 사람들 마음에 진정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정 의원께서 만약 민주 절차를 망가뜨리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그 사람들에게도 이런 "곧은 소리"를 내며 자기 당의 후보를 지키려 했다면 누구도 이번에 정 의원께서 발표한 성명을 두고 김민석 같다는 말로 욕하지는 못 했을 겁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해 한화갑 대표가 취했던 그 모호한 태도를 정 의원님한테서도 그 당시에 이미 볼 수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가망이 있어 보이는 대선 막바지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자기 당 후보로 인정한 듯 거리 유세를 하던 정범구 의원을 보며, 저는 정 의원께서 말씀하신 그 "기회주의"를 다른 사람도 아닌 정 의원한테서 보았다는 거죠.

그리고 이제 당신은 그 입으로 개혁 성향 의원들의 개혁의 목소리를 "기회주의"로 몰아대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반론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 의원께서는 '개혁의 목소리'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가며 동교동에 윙크해대던 '김민석'과는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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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의원이 자기 홈페이지 게시판에 윗글에 대한 답글을 적어 놓았다.]

글쎄요, 진정한 논쟁이 될 수 있을지 조심스럽군요

아침이슬님,

저와 저의 행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을 요구하셨습니다만 몇 가지 이유로 지금 답을 드리게 됩니다. 우선은 시간에 쫓겨서이기도 했겠습니다만 보다 고민한 것은 님의 저에 대한 몇 가지 생각과 표현으로 보아 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단을 강하게 갖고 계시는 것 같아 진정한 토론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님의 글 중 이런 대목들에 대해서 과연 제가 대답을 하여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것이죠.

"노무현 후보가 가망이 있어 보이는 대선 막바지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자기 당 후보로 인정한 듯 거리 유세를 하던 정범구 의원을 보며" 기회주의적 모습을 이미 보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거리유세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하는 것이고 가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때는 이미 국민단일후보로 노무현 후보가 등록된 시점입니다. 전 민주당원은 우리 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 시점입니다. 설마 저보고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인 9-10월부터 거리유세를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그리고 저에 대한 비판을 하시려면 저에 대해 보다 정확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계셨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민주당 당원이고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입니다. 6·13 지방선거, 8·8 보궐선거를 노무현 후보와 함께 치러냈고, 제 지구당 당원들과 함께 치러냈습니다.

지지난해 10·25 보선 때부터 선거만 있으면 선거마다 연전연패해온 민주당원들의 거의 바닥수준까지 떨어진 사기를 보듬으며 지지율 15-6%대까지 떨어진 우리 당 후보의 대선 당선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고 낙심에 빠져 있는 지구당원들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여야 했습니다.

고양시 출신 4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 나머지 3명이 탈당, 한나라당행, 또는 탈당설 속에 당 조직이 동요할 때 저는 이 나머지 지역 지구당 문제까지 함께 싸안고 가야 했습니다.

이런 속에 대선에 대한 패배주의가 팽배하고 당원들의 동요가 더 심해질 때 우리는 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한 당원연수회도 하였고 지구당 여성당원들을 중앙당 선대위의 각종 행사에 참여시켰습니다.(이런 것은 만약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는 일입니다)

참고로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일산갑구는 고양시에 있는 다른 3개 선거구와 달리 역대 선거에서 한번도 민주당이 이겨보지 못했던 지역이고(제가 이 지역에서 민주당-과거 국민회의 등등-으로는 처음 당선되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회창 후보측에 6000표 이상 뒤진 민주당 취약지역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으로 아침이슬님은 민주당원이 아니신 것 같은데 별 관심도 없는 민주당 속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거리유세를 하는 모습을 어디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 속에 잠깐 비치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그러나 한 사람, 더구나 공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시고 난 후의 비평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아침이슬님의 예단에 어떤 순간의 인상비평을 배합한 것이 위에 예를 든 것 같은 표현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요?

TV에서 제 거리 유세 모습을 보셨다면 그것은 선대위의 유세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겁니다. 흔히 말하듯 누구 눈도장 찍으려고 그런데 나간 듯한 뉘앙스를 풍기시는데 저란 사람을 정말 모르시는 분인 것 같군요. 아니면 알려는 관심 자체가 없으시거나.

그리고 사족입니다만 저는 TV에 얼굴 못 내밀어 안달하거나 하는 류의 사람은 아닙니다. 
TV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영하 10도가 넘는, 바람찬 일산의 겨울 새벽에 노 후보의 어깨띠를 두르고, 처음에는 어색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다가 제가 구호를 계속 혼자 부르니까 나중에는 서로 경쟁적으로, 자발적으로 노무현 후보 지지요구 구호를 외쳐대던 우리 일산갑 지구당의 여성당원들(가장 막내가 30대 중반이고, 대부분은 40대에서 60대 중반까지의 부인들입니다), 이들의 이름 없는 노력들까지 더불어 우습게 매도되는 현실이 아주 고약하고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출근길, 등굣길을 챙겨야 하는 주부들이 뭘 바라고 그 추운 새벽부터 길거리, 지하철역에 나와(실제로 영하 13-4도의 거리에서 세시간 가까이 있다보면 아무리 감싸고 나와도 손발이 다 얼어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어색함과 부끄러움도 마다 않고 노무현 지지를 외쳤다고 생각합니까?

저야 지구당위원장이고 현역의원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겠습니다만 그분들은 무엇을 바라고 그 자리에서 그 고생들을 해야 했겠습니까? 선관위에서 공식선거비용으로 주는 돈 3만원을 바라고?

이들은 거창하게 어떤 어떤 개혁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기득권과 특권이 없어지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사회, 정치하는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게 되는 사회, 아이들 덜 고생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억울한 생각 안 갖고 살 수 있는 사회, 이런 것 만들어 달라고 한 것 아닙니까?

얘기를 일단 시작하니까 두서없이 길어졌습니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침이슬님의 반복되는 글에서는 진정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자기 몸뚱아리 하나 갖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 노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을 우리는 과연 어떤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 가야 하는지, 이런 것에 대한 진정한 고민보다는 어떤 협소한 틀에 얽매어 너는 어떠하느니, 나는 이러하느니 하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지난 여름, 노 당선자가 어려울 때 넌 뭘 하고 있었니 하는 질문을 집요하게 제기하고 계시는데(집요하다는 표현은 지난 9월경부터 이 게시판에 몇 분이 그런 질문을 올리신 게 떠올라서 하는 말입니다), 거기에 대한 답글을 9월 19일 올린 것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부연하기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쓴 글을 다시 읽어보시는 것이 훨씬 생생할 것 같습니다.

그 글은 이 홈피의 [정범구 의원] 코너에 들어가셔서 "정범구 칼럼"란으로 가시면 "8.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 된다는 것"으로 올려져 있습니다.

저는 당시 노 후보가 우리 당의 법통 있는 후보인데 이 후보를 다시 지지선언한다는 게 웃기는 일 아니냐는 생각이었습니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인데" 일부 사항만 부연하다 보면 또 말꼬리를 잡힐 수 있으니 그 글 내용을 한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말씀 더, 저에 대해 갖고 있는 아침이슬님의 판단 잣대를 혹시 "23인의 성명"을 발표한 그분들에게도 적용해서 추적해 보시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혹시 그럴 정도의 시간이 있으시다면.

이상입니다. 이 글들을 통해서 제가 아침이슬님을 설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침이슬님이 문제를 보는 방식이 있듯이 저도 이 문제는 이렇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정도는 되겠지요.
 
부디 제가 이야기하는 그대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 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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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한번 따져보자, 하고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반론을 올렸습니다]

정범구 의원의 답글에 답한다

정범구 의원님, 답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정 의원님에 대해 예단을 강하게 갖고 있어서 진정한 토론이 가능하겠는가 걱정하셨다고요...? 글쎄요... 제가 말씀 드렸죠? 저는 '정범구'라는 '사람'을 정말 좋아했다고요. 제가 정 의원님에 대한 예단의 처음 모습은 그랬습니다.

텔레비전에서 깔끔하고 시원하게 시사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정범구'라는 사람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실은 '사람' '정범구'가 '정치인' '정범구'가 되는 걸 보면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왜냐고요? 저런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사는 것보다 이 막힌 사회에서 토론 문화를 가꾸는 방송인으로 사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였죠.

가령 저는 방송인 손석희 씨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정치판으로 간다면 부여잡고 말릴 것입니다. 손석희 씨가 국회의원이 되어 이 사회에 긍정적이고 어떤 면으로는 더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꽉 막힌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 문화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건강한 정신 문화 영역을 다듬어 가는 일을 담당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손석희'만한 인물 방송가에서 찾기 힘들지 않습니까? 길종섭, 박찬숙 뭐 이런 이름들을 그 옆에 대놓겠습니까? '정범구'라는 이름이 저에게는 그 당시 그런 의미로 "예단"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 저는 '정치인' 정범구 의원을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고요. 물론 지난 대선 기간에 보여준 정 의원님의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인데" 태도와 이번 성명서 발표가 정 의원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제가 앞서 드린 글에서 충분히 읽어내셨을 줄 압니다. 만약 정 의원님에 대한 이런 문제 의식이 없다면, 정 의원님이 예전처럼 긍정적인 인물상으로 제게 남아 있다면 제가 뭐 하러 정 의원님의 성명서 발표 기사를 읽고 눈을 부라렸겠습니까?

'예단'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예단'과 '예단의 변화'가 토론의 시발점으로 작용한다는 말씀을 드리려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물론 제가 정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정 의원님을 음해하기 위해 글을 드린 게 아니라는 점도 강하게 담아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드린 글 가운데 "노무현 후보가 가망이 있어 보이는 대선 막바지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자기 당 후보로 인정한 듯 거리 유세를 하던 정범구 의원을 보며 기회주의적 모습을 이미 보았다"는 대목 때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드셨다고 쓰셨군요. 그러면서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인 9-10월부터 거리 유세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네요.

정말 그 말을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인 9-10월부터 거리 유세를 해야 하느냐를 묻는 뜻으로 이해하셨습니까? '국민경선'이라는 민주 절차를 통해 국민과 함께 뽑은, 정통성 있는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를 단지 제 마음에 안 든다고 찧고 까부는 그 정치모리꾼들이 민주당을 반민주 집단으로 망가뜨릴 때 민주당 깃발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정 의원님은 그 당시 왜 "성명서" 한 장 낭독하지 못하고 방관만 하고 있었느냐는 말씀을 드린 것인데 잘못 이해하셨군요.

이런 이름들을 떠올려 봅시다. 김영배(서울 양천을), 설송웅(서울 용산), 곽치영(경기 고양덕양갑), 이윤수(경기 성남수정), 장성원(전북 김제), 김덕배(경기 고양일산을), 유재규(강원 홍천-횡성), 박종우(경기 김포), 송석찬(대전 유성), 박병석(대전 서갑), 김명섭(서울 영등포갑), 유용태(서울 동작을), 최선영(경기 부천오정), 송영진(충남 당진), 이희규(경기 이천), 안동선(경기 부천원미갑), 이용삼(강원 철원-화천-양구), 최명헌, 김기재, 박상희, 장태완(전국구)...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뒤 여론 조사가 노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상당수의 후단협 사람들도 다시 민주당사로 기어들어옵니다.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며 꿀이 흐르는 '한나라'로 떠나간 원유철(경기 평택갑), 김윤식(경기 용인을), 이근진(경기 고양덕양을), 강성구(경기 오산-화성), 전용학(충남 천안갑) 등의 '새'들은 땅을 치고 있었을 때입니다. 이인제(충남 논산-금산)도 설 자리를 잃고 자민련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고맙게도. 뜬금없이 후보 단일화가 살 길이라고 씨부렁대던 김원길(서울 강북갑)은 막상 단일화가 되었는데도 '새'가 되어 '창' 사랑을 외치며 날아가 버렸죠. 덩달이 박상규(인천 부평갑)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한화갑 대표도 노 후보 당선 이후부터 모호했던 태도를 접습니다. 원내총무요 최고위원인 정균환, 또 다른 최고위원 박상천 같은 이도 그 '큰 입'을 다무는 때이기도 합니다.

'민주'라는 말과는 너무도 먼 짓을 해대며 '민주'당을 저들이 망가뜨리고 있을 때 '민주'당 깃발을 그리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정범구 의원께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고 저는 물었습니다.

지금 민주당 개혁 세력들이 개혁 깃발을 높이 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민주적이지 못한 모습이, 그때 저 썩은 민주당의 정치꾼들이 벌인 그 반민주적인 작태보다 더 걱정스러우셔서 이번에 이렇게 분연히 일어선 것입니까? 정 의원님의 '큰' 목소리가 진정 필요했을 때는 침묵하고 지금 와서 목소리를 크게 높이시니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이 물음이 "어떤 협소한 틀에 얽매어 너는 어떠하고 나는 이러니 하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까? 저는 당시 후단협이니 중도개혁포럼이니 하는 깃발을 들고 개짓을 하거나 남의 일처럼 침묵만 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민주당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집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정 의원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때 저는 김근태, 정범구 같은 사람들이 왜들 저러고 있을까, 하고 답답해 했습니다. 아니, 화가 치솟았다고 표현하는 게 낫겠군요. 다른 그만 그만한 사람들에게 기대를 건 게 아니라 참신하다고 내 머리에 각인되어 있던, 겨우 손에 꼽을 만한 몇 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분노까지 느껴지더라는 말입니다.

정 의원께서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당시 노 후보가 민주당의 법통 있는 후보인데 이런 후보를 다시 지지 선언한다는 게 웃기는 일 아니냐는 생각이었다고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숨이 콱 막혔습니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니까 그냥 두고 본 것이라는 말을 그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지식인 '정범구'에게서 듣는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는 말씀입니다.

저 위에 적어놓은 당시 주류와 주류에 가까운 사람들이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라는데 '산은 산, 물은 물'이라며 도를 닦고 있어요? 산이 망가지고 물이 폐수로 오염될 때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팔 걷고 나서서 산을 산답게 물을 물답게 만들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게 당연하거늘 '산은 산, 물은 물'이라며 지켜보기만 했다는 말씀은 정 의원 같은 분이 할 소리는 아니지요.

전두환 정권 시절에 '민주'를 굳이 외칠 필요도 없었겠습니다. '민주'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임이 분명한데 굳이 말을 하고 행동을 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정 의원님, 이렇게 제가 되물으면 이걸 말꼬리 잡기라고 말하시겠습니까? 토론이나 대화를 하다 말도 안 되는 말을 지적하면 말꼬리 잡는다고 하면서 휙 돌아서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민주당이 반민주적 인사들이 벌이는 반민주적인 작태로 뭉개지고 있을 때 제 머리 속에 신선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정범구'라는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저는 많이 의아해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서 정범구 의원은 왜 안 보이냐고, 어디 갔냐고 몇 번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범구 의원이 그 수많은 민주당 기회주의자들에게 성명서 한 장 내보이지 않더니 '신주류'의 기회주의를 걱정하시는 성명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타나시니 황당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정범구 의원이 노 후보에게 내내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한화갑 씨와 친분이 두텁다는 글을 나중에 읽게 되었고, 정 의원께서는 부정하시겠지만 그 인간 관계 때문에 "산은 산, 물은 물" 같은 태도를 취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정 의원께 들이댄 판단 잣대를 '23인의 성명'을 발표한 사람들에게도 적용해서 추적해 보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겠다고요...? 저도 그 사람들 다 믿지 않습니다.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도, 정치인 자질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도 실망스러운 사람들 있습니다. 그런데 정 의원님,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온당합니까?

정 의원님 참 바쁘신 분일 것입니다. 저도 무지하게 바쁜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평가할 만한 시간도 힘도 없는 보통 생활인이라는 말씀입니다. 저 같은 '백성'들은요. 관심있는 사람, 관심있는 사건에 더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하고 발언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23인' 구성원들 문제가 저한테 '의미있게' 부각되지 않는 한 이렇게 정 의원께 하는 것처럼 질문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저들 가운데 실망스러운 사람에게는 정 의원님께 답변을 요구하는 것처럼 짧은 글로 묻기도 합니다. 이 땅의 주권자 자격으로요.(정 의원께서 그들과 '함께' 정치하시니 정 의원께서 저 같은 보통 사람보다는 그들의 추악한 면을 잘 아시는 것은 당연하시겠지요.)

근데요... 어떤 사람이 조중동 족벌 신문의 문제점를 거론하며 비판한다고 해서, 당신은 한경대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아느냐 한경대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대보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텐데 왜 한경대의 문제점은 뭐라 하지 않으면서 조중동만 가지고 그러냐고 하면 이 얼마나 우스운 말이 되겠습니까?

"기득권과 특권이 없어지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사회, 정치하는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게 되는 사회, 아이들 덜 고생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억울한 생각 안 갖고 살 수 있는 사회"

그래요. 정 의원께서 하신 말씀처럼 우리 같은 무지렁이 백성들은 이런 사회를 원합니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그래도' 적합한 인물이 노무현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고 그를 밀어 대통령으로 뽑은 것입니다. 저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하신다는 정 의원께서는 정 의원님의 "민주당", 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상징적인 발언"으로 명시적인 힘을 실어 주었어야 했습니다. 전에 이런 광경을 국민들이 보았다면 정 의원께서 이번에 발표하신 성명서가 그 국민들에게 진지하게 읽혔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정 의원께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정 의원께서 무지하게 바쁘신 가운데서도 답글을 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바쁜 일과 속에서 자투리 시간들을 모아 이렇게 정성껏 답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정 의원님에 대한 저의 비판이 단지 비난과 욕설의 차원이 아니라 애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범구 의원님의 일관된 정치 행위를 기대하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 놓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