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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뽑기 발표문

지난 1년 동안 누리그물(인터넷)통신을 통해 추천을 받고 자료를 모은 뒤 운영위원회에서 아래와 같이 결정했습니다.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애쓴 분들이 많은데 몇 분만 뽑기도 힘들고, 어떤 분을 훼방꾼으로 뽑을지 어려웠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답답하기도 하고 하루빨리 이런 일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뽑았습니다. 해마다 훼방꾼으로 뽑힌 분들이 자신들의 잘못은 모르고 섭섭해하거나 자신들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우리말을 살려 쓰기 위해 애쓴 분과 기관도 많았지만 천대한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말글살이가 점점 더 힘들고 우리말이 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국민과 정부, 그리고 언론이 우리 참뜻을 이해하고 하루빨리 우리가 이런 일을 그만 둘 수 있게 협조해주기 간절히 바라면서 뽑은 결과를 알립니다.

2002년 10월 7일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정섭 김수업 이대로

2002년 우리말 지킴이 10 
으뜸 지킴이-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주) 빙그레(회장 김호연) 
국회(의장 박관용) 
법무부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대표 이기상 교수) 
노동일보 
교육방송(박창순 방송위원) 
문화관광부 김수연 국어정책과장 
통계청 
이수열 국어순화운동가

2002년 우리말 훼방꾼 10 
으뜸 훼방꾼 - KT

KT 
POSCO 
산업자원부 
SK,삼성화학 
소설가 복거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민관식) 
SK Telecom, LG Telecom 
교육부 
어린이 잡지 BeBe21, Best BABY 
우리말 어긴 통신언어 퍼트리는 사람들

2002년 우리말 지킴이 10

1.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백 선생님은 민주 통일운동가로도 유명하시지만 우리말 지키고 살려 쓰기 위해 애쓰신 것 또한 유명하십니다. 강연과 글을 통해서는 말할 것 없고 주례 말씀을 할 때에도 외국말 함부로 쓰지 말고 우리말 살려 쓸 것을 강조하십니다. 박정희 대통령 정권이 남산을 관통하는 땅굴을 파면서 그 이름을 '남산 1호 터널'이라고 정한다는 말을 듣고 '땅굴'이나 '맞뚜레'로 하라는 건의를 강력히 하다가 수사기관에 끌려가 매를 맞은 일도 있다고 합니다. '맞뚜레'라는 말은 황해도 바닷가 지방에서 쓰는 말로서 갯벌에 설게의 집, 마주 뚫린 구멍을 일컫는 토박이말이랍니다. 돌아가신 문익환 시인과 함께 학교 현장에 '새내기' 같은 새말을 퍼트린 분입니다. 국어운동가란 티를 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애쓴 님을 올 해 으뜸 지킴이로 뽑습니다.

2. (주) 빙그레(회장 김호연) - 오늘날 멀쩡한 회사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거나 새로 짓는 것이 유행입니다. 이는 '우리말 훼방놓기'를 넘어 '우리말 죽이기'입니다. 그런데 빙그레는 주식을 상장한 회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고마워했는데 요즘 영어 영풍이 불면서 더욱 돋보여 여러분이 추천했습니다. 더욱이 김호연 회장은 이봉창의사 기념사업회 설립을 돕고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래에 우리말로 이름을 지어 부르고 있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들과 함께 칭찬하고 싶고 회사가 잘 되길 빕니다.

3.국회(의장 박관용) - 법률 문장을 한글로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 때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이지만 새로 의장이 되신 박관용 의장께서도 '국회 개혁하기'를 발표하면서 법률문장을 한글로 바꾸는 일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여러 번 건의한 일이고 정부 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두 해 전 우리는 이와 관련된 건의를 하신 고 조상원 현암사 사장님을 으뜸 지킴이로 뽑은 일이 있습니다. 국회가 본회의장의 국회의원 이름패도 한글로 하고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할 때는 '으뜸 지킴이'로 뽑고 싶습니다.

4. 법무부 (법률 용어 쉬운 말로 바꾸기) - 법무부도 앞으로 새로 법을 만들거나 바꿀 때 한글로 쓰며 한글만으로 의미 전달에 혼란이 있을 경우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기로 했답니다. `법령 제.개정 업무 지침'을 마련하고 국립국어연구원장과 `법조문의 한글화'를 골자로 한 법령 제정 및 개정 업무에 관한 협력 체제' 구성을 위한 협정서를 맺었다고 합니다. 국어연구원은 법률 문장이 공용문서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바르게 쓰도록 협조 해주길 바랍니다.

5.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대표 이기상 교수) - 한자파들은 학술 용어나 전문 용어가 한자말이니 한자를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혼용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자들이 게으르고 무능해서 인지 일제 때 쓰는 한자말과 외국말로 전문 서적과 교과서를 만들고 있어 우리 말 독립과 교육에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님들은 우리말로 철학하기부터 시작해 이제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으로 넓혀서 여러 분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이'라는 학술지까지 창간했습니다. 매우 고마운 일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6.노동일보 - 아직도 주요 일간지들이 한자 혼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일보는 창간 때부터 한겨레신문처럼 한글만으로 신문을 만들고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영어 공용어 반대,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촉구하는 사설과 우리말 바르게 쓰기 위한 특집기사도 낸 일이 있습니다. 다른 신문들도 하루빨리 외국말이나 글을 섞어 쓰지 말고 노동일보와 한겨레를 본받아 우리말로 좋은 신문을 만들기 바랍니다.

7. 교육방송 [우리말 우리글 담당자 박창순 방송위원] - 지난 날 교육방송이 영어 교육과 한문 교육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올 해 우리말과 글을 바로 알고 쓰기 위한 방송을 해 주어서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이 방송을 통해 우리말글에 관심과 애착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기 위한 교육방송도 하지만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분들과 단체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박창순 위원과 황현정 진행 자에게 고마운 인사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방송을 계속하길 바랍니다.

8.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장 김수연 - 지난날 우리말글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정부가 우리말을 살리기 위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불신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국어정책과장으로 있는 동안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줄게 했습니다. 지난해엔 문화관광부가 한글학회와 함께 [우리말 지킴이 행사]도 했고, 영어 공용어 정책 반대도 분명히 해서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이 분 같은 국어정책 담당자가 많이 나오길 바라면서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9.통계청 쉬운 용어 쓰기 - 소양증은 가려움증, 누도는 눈물길로 바꾸는 등 어려운 일제 질병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꿨습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국세청, 건설협회도 일제 때 쓰던 한자말을 쉬운 말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모두 잘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관련 공무원과 국민들이 따르고 도와야 하겠습니다.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꿨지만 의사들이 잘 쓰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이수열 국어순화운동가 - 중,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을 하시다가 정년 퇴임한 뒤 재야에서 국어순화운동과 바른 국어생활을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지난해엔 현암사에서 잘못된 법률문장과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들을 바로잡은 책을 내셔서 신문에 크게 보도되고 국회와 정부에 벌률용어를 쉽게 쓰는 정책을 시행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정부의 발표문이나 신문사 논설위원들이 쓴 글을 빨갛게 바로잡아 보내주시는 일을 오랫동안 하셨습니다.

2002년 우리말 훼방꾼 10

1. KT (우리말 회사이름 버리기) - 한국통신(전 사장 이상철)이 '한국통신'이란 우리말 회사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여러 곳에서 KT란 영문이름과 Let's KT 란 이상한 영문을 광고하고 있어 우리 말글살이를 혼란스럽게 하고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 기관이나 다름없었던 대표 공기업, 한국통신이 민영화한다면서 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바꾼 일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정부가 우리말 버리기에 나선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며 국민 국어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올 해 으뜸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한국통신'이란 우리말 이름을 살리고 영문 이름은 외국인 상대할 때나 썼으면 좋겠습니다.

2. POSCO (우리말 회사이름 버리기)- 포항제철(사장 유상부)은 우리 나라 철강산업의 상징이고 경제발전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그 이름으로 국민의 성원과 국가의 지원 속에 회사가 세계 유명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회사도 '포항제철'이란 좋은 우리말 이름이 세계화 시대에 좋지 않다고 버리고 영문으로 짜깁기한 이상한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한국 대표 기업이 영문으로 바꾼 것은 일반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못 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이 회사도 '포항제철'이란 명성과 역사가 있는 이름을 함께 쓰기 바랍니다.

3. 산업자원부 - 기업만 우리말을 버리고 천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자원부에서도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고 합니다. 업무상 외국인과 만나고 협상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국가 중요한 기관이 민간 기업을 따라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우리말 버리기 풍조를 부채질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임에서 중단할 것을 건의했으나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분들은 별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불길처럼 타오르는 영어 열병에 부채질하는 일입니다. 누리집(홈페이지)에 한글전용법을 어긴 문서가 많았습니다. 우리말을 살리고 그 관련법은 떡먹듯 위반하며 영어 중요성만 강조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SK, 삼성화학 - 영어로만 회의하고 보고서를 만든다는 일로 뽑았습니다. 에스케이는 오래 전부터 그룹차원에서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삼성화학도 그렇게 따라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들도 따라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LG텔레콤CD는 내년부터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 공부하고 업무상 쓰는 것은 탓하지 않습니다. 잘 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이지만 남의 나라말을 공용어로 한다는 것은 분명한 우리말 버리기요 죽이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말을 하나 하나 버리기 시작하면 우리말은 이 땅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5. 소설가 복거일 - 이 분은 영어 공용어 열병을 처음 공론화하고 퍼트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잠잠한가 했는데 올해 자유기업원 누리집을 통해 다시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법령, 공문서를 영어로도 만들고 우리 후손에게 모국어를 선택할 기회와 권리를 주어야 하고 그것만큼 후손을 위한 투자는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2년 전 우리는 이 분을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습니다.

6.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회장 민관식) - 지난 4월 교육부 장관을 지낸 13명의 서명을 받아 초등학교 한자 교육과 한자병용을 정부에 건의하고 그 운동을 별여서 국어생활과 교육정책에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한글전용이 우리나라 국어정책의 근간이고 우리말과 한글로 국어생활을 해야 함은 꿈이 아니라 실현되고 있는데 아직도 50년 전 국어생활을 주장해서 우리 말글살이와 정책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일부 보수세력이 함께 한글전용 정책을 훼방놓고 있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두시고 영어 침투를 막기에 함께 나서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7. SK Telecom, LG Telecom 등 영어 간판 - 종로 거리를 지나다 보면 미국 회사인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한글과 영문을 함께 썼습니다. 영문 회사라도 한글과 영어를 함께 쓰게 된 옥외 광고물 관리법을 지킨 것입니다. 그러나 그 옆의 우리나라 회사인 에스케이나, 케이티에프, 엘지텔레콤, 금강은 영문으로만 썼습니다. 이들은 나라 곳곳에 이 간판을 달고, 방송과 신문광고를 통해 날마다 영어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는 법을 지키는데 한국 회사는 왜 법을 어길까요? 거리에 영어 간판이 점점 늘어나는 일 참으로 큰 문제입니다. 내년에도 법을 어기면 으뜸 훼방꾼으로 뽑을 생각입니다.

8. 교육부(엉터리 국어 교과서 만들기) - 지난 8월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미경 의원(민주당)과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발간한 ‘중학교 국어교과서 오류실태 분석’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맞춤법, 표준어규정, 뛰어쓰기, 문장부호, 형식오류, 적합한 낱말사용 들이 1000여건에 이른다고 해서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걱정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고 정부가 영어 조기교육이나 신경 쓰고 한자검정시험이나 공인해서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채질하고 있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엉터리 국어교과서를 만든 교육부 관계자들을 예산타령만 할 일이 아니라 바른 국어 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9. BeBe21, Best BABY 들 영문 잡지 - 지금 책방에 가면 연예, 패션 잡지들은 거의 영문입니다. 언뜻 봐선 외국 잡지 판매대 같습니다. 위에 잡지는 아기들 잡지 이름입니다. 중,고등학생용은 말할 것 없고 음악, 스포츠 잡지들은 온통 영문입니다. 여기 그 이름을 쓰면 선전하는 꼴이 될까봐서 적지 않습니다. 교보문고의 패션잡지 진열대에 놓인 20여 개의 책 가운데 '유행통신'이란 잡지 하나만 우리말글이었습니다. 다행히 시사교양, 문예지는 우리말 이름이 많았고, 여성잡지 가운데 주부생활, 여성동아, 여성 중앙들이 우리말을 지키고 있어 고마웠습니다.

10. 말본을 어긴 통신언어 유행시키는 이들 - 컴퓨터 통신상에서 말본과 맞춤법을 어긴 말글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우리 말글살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마치 암호 같은 말이 춤추고 있습니다. 한자,영문,기호를 포함한 말에다가 '아햏햏' 같은 쓰지 않는 말이 유행합니다..‘鉉⑨炚②ㅃⓔ壙4ⓤ炚’은 당신을 위한 무척 친근한 친구’라는 뜻이고, '2몒Yo’는 ‘이뻐요’라는 뜻으로 쓰인답니다. 이름도 이런 식으로 쓰기도 하고 이보다 더 이상한 말도 많습니다. 한문이 물러가니 영어 남용과 함께 통신언어가 대신 우리말을 훼방놓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