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날인 거부 고등학생 이가빈 씨
이 름  박석진 날 짜  2004-01-17 오후 9:49:09 조회수  1397

내용

 지문날인 거부 고등학생 이가빈 씨
 
 "지문날인 안 하고 주민등록증 받을래요"
 
 
 천안에 있는 한 고등학생이 국가권력의 폭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가빈
 (17). 지난 12일 동사무소를 찾아가 주민등록증을 신청하면서 지문날인을 거부
 한 가빈 씨는 현재 지문날인 강요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민등록증 발급통지서를 받아 든 가빈 씨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설렘이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해야 한다는 통지
 서의 글을 보고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날인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빠졌어
 요." 가빈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교과서에서 지문날인제도와 지문날인을 반대
 하는 운동이 있다는 걸 배웠던 게 생각나 인터넷을 검색해 지문날인반대연대 홈
 페이지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헌법소원 한 사람이 없으면 제가 한번 해볼까요?" 그렇게 가빈 씨는
 용기있는 글을 남겼다.
 
 무려 37년간 계속되어 온 열손가락 강제 지문날인제도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
 죄자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그 반인권성이 수 차례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생애
 최초로 지문날인을 하게 될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자 가운데 지문날인을 거부하
 고 나선 주체는 여지껏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빈 씨의 헌법소원은 지문날
 인반대운동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가빈 씨가 지문날인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매우 간단했
 다. "나쁜 제도가 있으면 바꿔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게 단지 입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잖아요? 생활에서의 자세로서 배운 거니까 그
 런 걸 실천하는 자세로 세상을 좀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도록 노력했으면 좋
 겠어요. 모두 다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가빈 씨는 앞으로 지문날인을
 해야 하는 친구들에게도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냐는 우려 섞인 질문에 가빈 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
 했다. "아버지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친구들도 헌
 법소원 잘 해서 지문날인 안 하게 해달라며 지지해줘요."
 
 가빈 씨는 미국의 외국인 입국자들에 대한 지문날인 실시에 대해서도 분개했
 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만을 대상으로 지문날인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에
 게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나
 빠요. 정부가 미국정부에 항의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빈 씨는 "헌법소원 잘 돼서 법이 고쳐지고 친구들도 모두 다 지문날인 안하고
 주민등록증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래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가방을 메
 고 일어섰다. 가빈 씨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성큼 다가와 있음
 을 본다.
 
 
 <인권하루 소식> 2004. 1. 17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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