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을 인용하지 말라고?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3-12-29 오전 10:38:14 조회수  2455

내용

 요즘 각 대학에서 제시문을 많이 제공합니다. 그런데 제시문을 그대로 인용하여
 쓰지 말라고 하던데,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요?
 
  만약 대학에서 아무 글도 주지 않고 질문하였다면 수험생은 자기 머릿속에 있
 는 생각을 모아 논의를 정리하여야 합니다. 그럴 때는 그 문제를 평소에 여러 모
 로 생각해본 학생들이 훨씬 유리합니다. 따라서 각 대학에서 제시문을 제공하는
 것은 그 문제를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다 해도 지금 주어진 글을 읽어보고 그 자
 리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보라는 뜻입니다. 즉, 대학이 제시문을 주는 것은 어
 느 문제가 특정 수험생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각 대학이 공평하게 배
 려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학이 제시문에서 논의의 근거를 찾아 답안지에
 밝히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면 제시문은 논의의 핵심이 담겨 있는 참
 고 자료입니다.
 
  가령 제시문에 (갑)과 (을) 두 사람의 갈등을 보여주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
 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생각을 논술하라고 하면, 인간은 사소한 일로도 갈등하
 기 쉬우므로 인간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고 핵심을 지적하여 대답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수험생들은 제시문에 매
 달려 제시문을 해설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즉, 제시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갑)
 이 잘못했다느니, (을)처럼 살아야 한다느니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기계적으로 '글 (가)는, 글 (나)는, 글 (다)는' 해가며 각각 한 단락으로 독립시
 켜 제시문을 해설합니다. 그 제시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시험 문제로 출제한
 사람에게 수험생이 제시문을 설명하고 있는 꼴입니다.
 
  이것은 방학 숙제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라고 했
 을 때 학생이 마냥 영화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교사는 그 영화를
 보았고 영화 줄거리를 잘 압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그 영화를 보고 무언가 느끼
 라고, 또는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해보라고 숙제를 내준 겁니다. 그런 교사에게
 학생은 자기 생각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누가 어쨌고 뭐가 어떻게 진행되었다고
 영화 줄거리만 신나게 떠들지요. 기껏 자기 생각이라며 끝에 가서 '참 재미있었
 다' 정도만 덧보탤 뿐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제대로 본 학생이라면 그 영화에서 인생이 결국 어떠하다는 것
 을 느꼈다며 자기가 영화를 통해 깨닫고 느낀 것을 정리할 겁니다. 그 영화에 있
 지도 않은 사례를 거론하며 자기 나름대로 느낀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합니다. 그
 리고 교사가 어떤 장면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물을 때야 비로소 그 학생은
 영화 속 어떤 장면을 지적합니다. 즉, 출제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냐고 묻
 기 전에는 제시문을 인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각 대학이 글 (가)와 (나)에서 양상을 찾으라거나 특징을 설명하라고 하
 면 수험생은 그 글에서 핵심을 찾아내 자기 나름대로 소화한 것을 정리해야 합니
 다. 말하자면 제시문에서 근거를 찾아 밝히라는 지시가 없으면 수험생은 제시문
 을 인용하지 말고 자기 생각과 어휘로 자기 답안지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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