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글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3-12-15 오전 10:33:27 조회수  2456

내용

  논증을 할 때 그런 주장을 하게 된 과정을 논리적으로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합니
 까? 왠지 읽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하고 읽는 사람도 지루할 것 같은데요.
 
 
 (답) 논술은 시험이므로 출제자는 논증 과정을 예상하면서 그 기준에 맞추어 수
 험생이 제대로 논증하는지를 평가합니다. 그런데도 지루해 할까봐 채점자를 배려
 한답시고 수험생이 "제가 이런 것까지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시지요?"하며 논증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채점자가 평가할 부분을 수험생 스스로 없애는 셈이지요.
 그러므로 수험생은 논증 과정을 일일이 밝히되, 지루하지 않게 하면 글을 잘 쓰
 는 것입니다.
 
  첫째, 논증 과정이 너무 유치하면 글이 지루해집니다. 예를 들어 '살기 좋은 나
 라'를 설명할 때 '물 맑고 사계절이 뚜렷하다'를 논거로 삼으면 고등학생답지 않
 습니다. '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 가을 하늘이 얼마나 파란 줄 아느냐'와 같은
 말은 상대방이 엄청나게 더럽고 험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같은 한
 국 사람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거입니다. 상대방이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고
 등학생이라면 개인적인 정서보다 복지 제도 등을 설명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을 어떻게 배려하는지'에 매달려야 고등학생 지적 수준에 맞습니다.
 
  둘째, 때로는 엉뚱한 것에 매달리고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쳐서 읽는 사람을 지루
 하게 합니다. 수험생은 자기가 내뱉은 말에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기가
 내뱉은 말에서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것을 예상하여 그 부분을 계속 보완해야 합
 니다. 그런데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를 설명할 때 느닷
 없이 '휴대폰'을 등장시키며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값이 얼마나 싸졌는지,
 디자인이 얼마나 예뻐졌는지를 거론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흥미를 잃는 것입니
 다.
 
  셋째, 뻔한 이야기를 질질 늘릴 때도 글이 지루해집니다. 한 단락에서 다루어
 야 할 중심생각은 하나이며, 그 중심생각을 뒷받침하는 단어는 구체적이어야 합
 니다. 말하자면 그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뒤에서
 는 좀더 쉬운 단어로 설명해야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 수험생이 많이 아는 척하며 서양 철학자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렇고 그런 말
 로 계속 말장난을 하여 원고량을 늘리거나, 비슷한 사례를 계속 나열하여 원고지
 를 채우면 글이 지루해집니다.
 
  넷째, 아예 논증 과정을 생략하고 앞으로 나가기만 할 때도 읽는 사람을 지치
 게 합니다. 즉, 한 단락에서 한 가지 논거를 정교하게 증명하기에도 바쁠 때 어
 떤 수험생은 계속 논거를 나열합니다. 마치 신문 사설이라도 쓰는 것처럼 당위
 를 강요하기만 하지, 상대방을 자상하게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단락에 힘을 잔뜩 실어 '살기 좋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손쉽게 얻는다, 배려할
 수 있다, 반성하기 힘들다' 따위를 담습니다. 이렇게 각각 한 단락으로 독립시켜
 야할 논거를 한 단락에 모두 담아 무리하게 밀고 나갈 때 상대방은 거리감을 느
 낍니다.
 
  결국 수험생이 이렇게 쓰는 것은 자기가 정리한 글의 결과를 모르기 때문입니
 다. 따라서 자기 스스로 이런 버릇을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쓴 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유치하였는지, 엉뚱한 것에 매달렸는지, 질질 늘렸는
 지, 중심생각을 나열하였는지를 검증 받아야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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