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입양하지 못하는가?
이 름  조성관 날 짜  2002-12-09 오후 11:16:20 조회수  1471

내용

 우리는 왜 입양하지 못하는가?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는 양자를 들였
 다. 그 아들이 현재 명지대 교수로 있는 이인수 씨이다. 또한 자유당 시절 이승
 만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 씨도 박마리아 여사와의 사이에 자식
 을 낳지 못해 이강석을 양자로 들였다. 비록 아들에 국한되기는 했어도 그 시대
 에 지도층에서 양자를 들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현재의 지도층 인사 중에 입양아를 키우는 가정은 눈
 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에서
 출발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해외 입양에 대해서 최소
 한의 부끄러움조차 느끼는 것 같지가 않다.
 
  노벨상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노벨 문학상의 경우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이광
 수, 서정주, 김동리, 김지하, 김은국, 한말숙 씨 등이 후보로 추천되었지만 최
 종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문화계 인사들은 효율적이고 적극적
 인 번역 사업과 홍보 및 후보 추천 전략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
 나 이런 조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노벨 문학상이 한국에 주어
 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또 무엇이 부족하다고 할지 의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상이 제정된 취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노벨상은 각
 부문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 사람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다
 시 말하면 노벨상은 문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6개 부문에서 인류가 추구하
 는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와 박애주의에 헌신하고 업적을 남긴 이들을 위한 영
 광스런 상인 것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신문에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노벨상과 관련된 칼럼을 쓴
 다. 우리도 노벨상을 받자,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등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늘어놓는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
 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하는 바대로 이뤄진다고 해서 한국에게 노벨상이 돌아온
 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노벨상이 왜 한국에 주어지지 않느냐고 탓하기에 앞서 과연 한국 사회
 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와 박애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
 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어떻게 비
 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노벨
 상을 바란다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욕심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은 ‘옥수수 박사’로 불리
 는 경북대 김순권 석좌 교수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정도가 아닐까 한다. 김순
 권 교수는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낸 공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김대
 중 씨는 한국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 내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지도자로
 서 ‘아시아의 만델라’ ‘동양의 브란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타
 깝게도 두 사람은 상당 기간 노벨상을 받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자랑해 온 한국이 몇백 달러 수준인 중국, 러시아
 와 함께 고아수출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벨상을 희망하고 또 수
 상국이 된다는 것은 노벨상의 권위를 심각하게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나
 라의 책임 있는 지도층부터 입양아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고아 수출이 없어지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노벨상을 바랄 자격이 없다.
 
 (출전: 조성관, 「아 대한민국」, 자작나무,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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