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섯 번째 책을 냈습니다...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2-11-20 오전 11:14:43 조회수  1221

내용

 제가 정리한 책이 지난 토요일(11월 16일)에 선을 보였습니다.
 
 책 제목은 "왜냐면"이고, 한겨레신문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심층면접- 논술 대비 논리 키우기"라는 부제를 달았지요. 제가 여섯 번째로 내
 는 책입니다. 지난 일요일 저와 가까운 몇 분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아래 글은 그 책 머리말입니다.
 
 
 
 역사적 현실을 자신의 향기로 정리하자
 
  논술을 대학 입학 시험의 도구로 도입한 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었다. 작년부터
 는 각 대학에서 논술에 심층면접을 본격적으로 추가하였다. 말하자면 이제는 고
 등학생들이 글뿐만 아니라 말로도 논술을 잘 치러야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논술과 심층면접은 모두다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향기를 상대방에
 게 드러내야 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이 시험이 고등학생이면 반드시 치러야 할
 과제로 자리잡을수록 우리 사회는 그만큼 '이성적이며 객관적인 사회'로 바뀔 것
 이다. 그것은 지난 세월 우리 사회가 조금씩 차분하게 바뀌어 온 사실로 증명되
 었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이들은 논술 세대로서, 학연과 지연 같은 연고주의에서 벗
 어나 어떤 대상과 거리를 두며 잘잘못을 정확하게 보는 편이다. 지난 6월에 남북
 한 해군이 서해에서 충돌하였을 때 대부분 기성세대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몹
 시 흥분하였지만, 젊은이들은 냉정한 자세를 잃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는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였다. 말하자면 요즘 젊은이들은 '푹 빠져야 할 것, 빠
 져서는 안 될 것'을 구별할 줄 안다.
 
  <한겨레>에 실린 글을 모아 책으로 내는 것도 바로 이런 곳에 눈을 돌렸기 때문
 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지난 여섯 달을 되돌아보고, 우리 현실에
 자기 나름대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를 뜨겁
 게 달구었던 사건들을 정리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여섯 달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에 우리가 겪었던 일과 앞으로 우리가 겪어
 야 할 일을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가 각자 '역사적 현실'을 새로이 정리하고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글머리에 간단하게 해제를
 붙여, 필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혀 주었다. 긴 글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
 람들을 위해 요약문을 덧붙였다. 이 요약문을 먼저 보고서 긴 글을 파악해 나갈
 수 있으며, 큰 줄기가 어떻게 뒷받침되어 풍성해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
 고 글마다 연습 문제 한두 개를 덧붙였다. 그 연습 문제를 되도록 꼼꼼하게 풀어
 야 자기가 글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읽는이가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면 논술과 심층면접을 치를 때 충분히 '이
 해'한 내용을 자신의 향기로 잘 '표현'할 수 있으며, 우리 현대사가 어떠했으며
 우리는 (또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읽는이도 이 책을 단지 수험서로 보지 말고, 오늘날 자신이 사는 공간
 과 시간을 '역사'로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냉정하게 접근하였으면 좋겠
 다. 어떤 예단과 편협한 기준에 사로 잡혀 자기 스스로 다양성과 깊이를 멀리하
 며 자기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 남들과 대화해야 하거나 남들에게 대답해야 할 때 일
 상적으로 자기 머릿속에서 예화가 툭툭 튀어나올 수 있도록 이 책을 읽으면서 자
 기 주변을 따뜻하게 관찰하여야 한다. 애정이 없는 비판은 비난일 뿐이니, 이 책
 이 자신을 향기롭게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홍세화 님, 한겨레 출판부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책을 오래 전부터
 내고 싶어서 한때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다가 그만 둔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하
 지 않게 이 분들이 계기를 만들어 주시어 오래 묵혔던 소원을 이루었다. 우리 시
 대 어느 한 시기 사람들의 관심사를 모아서 책으로 내다니, 지금도 꿈을 꾸는 것
 만 같다.
 
 2002년 11월 초하루
 
 부천 여월동 안골마을에서 한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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