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대신 교실 청소하는 학부모들
이 름  노영필 날 짜  2002-10-30 오후 11:08:59 조회수  1304

내용

 아이 대신 교실 청소하는 학부모들
 
  노영필 (nzeropen@hanmail.net)
 
  얼마 전, 아폴로 눈병이 기승을 부릴 때 짬을 내 아이의 학교를 찾아갔다. 하
 교 시간을 맞추지 못해 아이를 만나지 못한 채 교실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
 다. 응당 아이들이 남아서 해야 할 청소를 선생님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잡무가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 터라 소문과 다르
 지 않게 청소까지 손수 하시다니, 선생님들의 근무 환경은 듣는 것보다 더 심각
 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너희들은 교실 청
 소를 선생님이 하시니?" 했더니 아이의 대답은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아빠, 선
 생님들이 아니고 우리 반 엄마들인데요"라는 것이었다.
 
  아뿔싸!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귀한 아
 이들이 힘에 버거워 청소도중 혹시 다칠 새라, 엄마들은 귀가하는 아이들을 마
 냥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일까. 이미 오래된 학교 풍속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
 가 창피하기까지 했다. 아이 걱정에 내친 김에 청소까지 한다는 부모 정성을 말
 이다. 그런데 머릿속은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튀었다.
 
  그렇다. 교실 청소를 부모들이 하는 것이야말로 합법적으로(?) 교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아닌가 말이다. 순수한 도우미 엄마들을 너무 불순하게만
 바라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급 반장에다 대의원 엄마들의 요란스런 학교 출입
 을 누가 손가락질하겠는가. 선생님들의 근무 환경을 생각하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어 일손을 덜었으면 한다는 일본 속담처럼 상황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문제를 삼는다면 의붓아버지 같은 심보가 될 것 같
 아 반대할 수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내 어릴 적엔 고학년 언니 오빠가
 와서 교실 청소를 해주었다. 생각하면 아름다운 기억이다. 그 때 우리는 고학년
 이 되면 당연히 동생들을 위해 해주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
 터 이렇게 아이들끼리의 협동심과 후배 사랑의 땀을 어머님들이 빼앗은 것일
 까.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들이.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멍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초등학교 땐 애지중
 지 다칠 새라 과보호로 길들여진 탓에 사람 대하는 태도가 너무 제멋대로다. 출
 입문에서 아이와 맞닥뜨릴 때 선생님이건 어른이건 밀치고 아이가 먼저 들어간
 다. 이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어떤 인성을 갖
 출 것인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잘못된 일을 하다 발견이라도 되면 날 잡으
 라는 듯이 도망가기 바쁘다. 그냥 숨을 수 있으면, 도망치면 그만이다.
 
  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학교 청소를 전담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획기적인 발상일까. 부모가 내 자식 공부 잘 시켜달라고 매달리는 청소가 아니
 라, 간식 넣고 잡부금 걷는 말썽 많은 엄마가 아니라 학습 활동에서 부모들의
 역할이 제공되고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청소였다면 더 좋을 것이다. 최
 근 들어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예산을 잘 운용해 학부모회의 교내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그런 사례가 커지면 단순하게 청소만 하는 부모
 들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교실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
 이다.
 
  이제 배움의 공동체를 엮어갈 수 있는 어머니들의 역할은 내 아이가 있는 교
 실 청소의 봉사 활동처럼 학교 안팎의 봉사 활동으로 이어지는 통로 구실을 하
 면서 삶의 공동체로 엮어내는 것이 아닐까. 학교 문이 낮아지고 학부모들의 역
 할이 살아나는 학습 프로그램이 생겨날 때 스승의 날 반짝 벌어지는 일회성 초
 빙 교사가 아니라 지역의 전문가로 초대되어 학교를 다양한 색깔로 채색해 주
 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마이 뉴스 2002/09/29 기사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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