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이 무심히 내뱉는데....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1-11-21 오전 11:04:55 조회수  1225

내용

  "짜증 나(짱나)!"
  이 말은 요즘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면 요즘 세
 상 돌아가는 일이 빠르고 많아서 요즘 청소년들도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는 모
 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아이들이 어른에게 대놓고 직
 접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어떤 초등학교 여선생님이 매일 살얼음 밟는 기분으로 산다며, 아이들
 이 함부로 내뱉는 말에 모욕감과 모독감을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내가 그만한 아
 이를 자식으로 두고 있으며, 어느 정도 나이 먹어서 요즘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
 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속이 뒤집힐 때가 있는데, 그 여선생님 가슴앓이가 오죽
 할까 싶어 퍽 안스럽다.
 
  20년도 훨씬 더 된 70년대 후반,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시중에는 "웃기
 네, 웃기셔, 웃기지마" 같은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 말은 말 같지 않은 소리
 해서 듣는 사람 황당하게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놓인 상황을 비꼬
 는 말투이고, 말하는 사람을 차갑게 비웃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람직한 말
 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 당시 선생님 중에서는 학생들이 이런 말을 쓰지 못하
 도록 지도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최 선생님은 장교로 전역하고 교련 교사로 교단에 막 서신
 분이었는데, 이 "웃기고 있네."라는 말을 군에서 전혀 듣지 못하다가, 사회에 나
 와 어린 학생에게 듣고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그 학생을 불러, "내가 코
 미디언이냐, 너를 웃기게."하면서 야단쳐 보냈다. 그러다 또 그 생각이 떠오르면 그
 학생을 불러 혼냈다. 그리고 학생을 보내 놓고 나서 혼자 분해서 그 학생을 다시 불러
 들여 호되게 꾸짖었다. 그 학생은 말 한 마디 무심히 내뱉었다가 1주일 이상 최 선생
 님에게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러고 보니 말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공갈이지(거짓말
 이지)!' 같은 말을 썼는데, 지금은 "저 선생님, 아주 재수 없어"와 같이 공격적
 인 말이 유행한다. "왕 재수"라고 하면 아주 재수 없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저
 선생님, 아주 웃겨"가 "저 선생님, 왕재수야"로 변하더니, "저 선생님, 짜증
 나"로 바뀐 셈이다.
 
  그러니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한테서 말로 상처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
 들을 "짜증 나게"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대놓고 "왕재수야,
 짜증나"라고 하더라도 "아, 요즘 아이들은 불쾌하다는 것을 이렇게 과격하게 표
 현하나 보다"하고 반쯤 접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 먹기가 말처럼 쉬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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