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3 - 쭉쭉 빵빵 비키니 아가씨..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1-07-09 오후 8:50:35 조회수  1564

내용

 6월 11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만 해도 우리 일행은 거지나 다름없
 었는데 물이 좋아서인지 환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덕분
 에 수돗물을 식수로 그냥 마십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 나라 초정 약수 같
 은 광탄수를 사서 마셨습니다. 호텔 식당에 앉아 식사하는 폼들이 여유 있는 나
 라에서 온 품위 있는 관광객다웠습니다.. ㅎㅎㅎ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합니다. 도시 크기로도 러시아 3∼4위에 듭
 니다. 주 인구가 250만이라고 하니, 이르쿠츠크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알 겁니
 다.. 더구나 도시가 잘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도시 사람들에게 익
 숙한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옛날에는 모피, 다이아몬
 드, 금광이 발달하여 도시 역사가 340년쯤 되었다고 하니, 그 고색 찬란함을 짐
 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이칼 호수 덕분에 겨울에도 다른 도시와 달리 10도는
 덜 춥고, 수력 발전이 풍부하여 1년 전기료라 해보았자 2만원이 안 된다고 합니
 다. 정 선생님은 러시아로 공부하러 오려면, 인심 좋고, 물가가 싸고, 살기 좋
 은 이르쿠츠크에 와서 살라고 추천하였습니다... (시내 30평 아파트 시가 약 6천
 만원, 월세는 150∼300불 정도, 손가락 만한 건전지 네 개 1000원 - 한국은 두
 개 1000원)
 
 시내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은 시베리아 횡단 기념탑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시베리
 아 철도가 1898년인가 완성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넘은 기념탑입니다. 시베리아
 철도 건설을 최초로 제안한 아무르스키 백작 기념비인데, 옛날에는 탑 꼭대기에
 황제(짜르)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공산 혁명후 황제상을 치우고 탑 끝을 삐
 죽하게 올렸다고 하네요. 이곳은 탑 하나 덩그라니 놓여 있기는 하지만, 숲도 있
 고 공원도 있고, 파란 하늘과 도시를 끼고 도는 파란 강물이 있었습니다... 시민
 들이 많이 나와서 휴식하는 공원인데, 어제 우리가 밤늦게 호텔로 가다가 버스에
 서 구경했던 오색 분수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오색 분수는 이 강물에 올해 처
 음 놓은 분수인데, 이르쿠츠크 시민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다고 하네요... 러시
 아 정부도 이제 조금씩 삶의 질에 관심을 돌린다고나 할까요?
 
 
 안내를 맡은 정 선생님이 버스에서 이곳저곳 자상하게 일러주었지만, 다 받아 적
 지 못했습니다. 시청, 군사 박물관, 공설운동장,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 모르
 겠당.... ㅋㅋㅋㅋㅋㅋ 왼쪽은 공설운동장, 가운데 배경에 있는 것은 그리스 정
 교회 건물, 오른쪽은 최근에 지은 그리스 정교회 사원... 그런데 색깔이 너무 유
 치한 것 아니냐고 우리 일행이 한 마디씩 하였지요..
 
 
 한참 후 버스에서 내린 곳은 무명용사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마침 임무 교대
 식이 있어 사진을 몇 방 찍었지요...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모습을 보니, 우습기
 도 하고 장엄하기도 하였지요.... 꺼지지 않는 불을 중심으로 러시아가 참전하
 여 각종 전투에서 죽은 군인들을 위해 추모비를 세워놓은 곳입니다... 2차 대전
 때 러시아 병사가 약 1천만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미국이 연합국으로 주로 돈
 줄을 댔다면, 러시아는 몸으로 때웠다는 겁니다... 주총독 관저가 옆에 있었습니
 다. 이곳 주총독이 옛날에는 알라스카까지 관리하였다고 하네요... 미국에 값싸
 게 팔아먹은 그 알라스카....
 
 
 우리는 이르쿠츠크를 끼고 도는 앙가라 강 물결을 보며 맑은 햇살에 취했습니
 다... 그러다 거친 물살에 사람들이 배멀미를 하였습니다... 급하게 흘러가는 물
 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배를 타고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지요... 이르쿠
 츠크라는 말이 "사나운, 흉폭한"이라는 뜻이라니 자연이 거칠고 강물이 사나워
 붙인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나이 먹은 러시아 할아버지를 만나 우리 일행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우리 일행에게 바이칼 호숫물을 먹을 때가 올 거라고 했다니, 도
 시 문명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을 짐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바이칼 호수를 얼마
 나 대견해 하는지를 짐작할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곳을 떠나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오래된 건물에 들어 있는 레스토랑이
 었습니다. 원래 그곳은 옛 러시아 귀족들이 모여 회의를 하던 "귀족의회"였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상원의원쯤 되겠지요... 세월이 흘러 건물 밖이 허름했으
 나, 안으로 들어가면 옛 영화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넓직한 실내 공간과 커다
 란 출입문, 화려한 천장 장식... 지금은 어린이 극장과 레스토랑으로 쓰이지만
 한때 우리 현대사와 관계가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왜정 때 우리 나라 독립
 을 돕겠다고 소련 공산 정부에서 군자금을 대주며, 국내 공산당과 해외 공산당
 중에 누가 정통성을 지녔는지를 모른다고 했을 때, 국내파 대표와 해외파 대표
 가 만나 담판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간 곳은 즈나멘스키 수도원이었습니다. 이곳은 데카브리스트의 난으
 로 귀양 온 귀족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러시아 데카브리스트의 난은 1852년 귀
 족과 젊은 장교들이 황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실시하여 농노를 해방하자고 침묵
 으로 황궁 앞에서 시위한 사건입니다... 황제가 그 주동자를 모스크바에서 6300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으로 보냈다니,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이곳으로 오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 중 애절한 것은 황
 제가 반란 귀족들의 처에게 귀족으로 살려면 재가를 하고 평민으로 살려면 남편
 에게 가라고 했을 때, 남편을 찾아 이곳까지 온 여인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수
 도원 안에 그 사람들 무덤도 있고, 기념탑도 있었습니다... 가운데는 수도원 내
 부, 오른쪽은 수도원 밖 정원...
 
 
 숙소로 돌아올 때 이르쿠츠크 중앙 시장에 들렀습니다. 하바로프스크 바자르 시
 장보다 규모가 몇 배는 더 되었습니다...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 백
 화점 지하 상가처럼 생필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아주 특이한 것은
 씨만 파는 가게도 있었는데, 해바라기씨, 호박씨, 땅콩, 호두, 잣 따위를 한 컵
 에 한 200원쯤 받고 팔더군요. 러시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까먹
 고 다닙니다. 그러고 보니 러시아 사람들은 담배와 술도 참 좋아합니다... 맥주
 는 술로 치지 않지요. 보드카는 잔에 받으면 양에 상관없이 꼭 한 입에 털어 넣
 어야 합니다. 길거리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청소년, 아가씨, 중
 년 남녀... 한 여사님 말로는 사회 보장이 잘 되는 나라치고는 평균 수명이 너
 무 짧다고 합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앙가라 강가에 갔습니다...
 도시 가까이에 해변이 없으니 이곳 사람들은 강가에서 햇살을 쬐며 선탠을 합니
 다... 강가에 있는 수많은 쭉쭉 빵빵 비키니, 적어도 반 팔 반 바지.... 긴 바지
 에 파카를 껴입고 모자까지 쓰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만 우리 일행.... 우
 리도 더운데 윗통이라도 벗고 해바라기를 했으면 좋을 텐데.... 그런 문화에 익
 숙지 않아 우리는 한 30분 앉아 쉬다가 이르쿠츠크 어느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
 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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