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물고 글감을 잡아내 수필 쓰기
이 름  한효석 날 짜  2000-08-07 오전 11:04:21 조회수  13012

내용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멋있게 잘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잘 쓸
 자신이 없으니까 아예 펜을 들지 않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짧은 글쓰기부터 연
 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문답처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글감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생
 각 하나에서 또다른 생각을 잇는 방식인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
 을 글로 잡아내는 식이지요. (스스로 마음 속으로 묻고 답해 보세요)
 
 1. 우선 글 전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하나 정해 보세요.
 '아이는 어릴 때부터 버릇을 잘못 들여서는 안 된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
 어요......
 
 2. 왜 그런 생각을 했지요?
 지난번에 아이 때문에 서운한 적이 있었어요.
 
 3. 왜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세요.
 손님이 찾아왔을 때 슈퍼마켓에 가서 콩나물을 사오라고 했더니 애가 안 가려고
 하더군요....
 
 4. 어떤 손님이었는데요?
 문화센터에서 사귄 영철이 엄마였어요. 우리 집 근방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생
 각나서 들렸대요.
 
 5. 애가 왜 안 가려고 하던가요?
 지가 뭐 할 일이 있어서 바쁘다나요...
 
 6. 애가 무슨 일을 하던가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 들여다보는 것 같던데요...
 
 7.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지가 암만 바빠도 그렇지, 엄마가 모처럼 부탁하는 것이고, 그 정도는 당연히 해
 줄 줄 알았는데...더구나 손님이 왔는데 엄마 체면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지요.
 
 8. 모처럼 부탁하다니요?
 평소에는 공부하라고 심부름을 잘 안 시켜요. 지가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너무 해요...
 
 9. 그래서 어떡했어요?
 화가 났지만, 손님이 있어서 참았지요. 손님 몰래 다시 한 번 부탁했어요. 그리
 고 심부름하고 남은 돈은 너 용돈하라고 했더니, 벌떡 일어나대요.... 나, 원
 참...
 
 10. 애가 돈을 밝히나 보지요?
 그렇게 말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 아빠가 심부름할 때마다 심부름 값
 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에게도 그걸 바랐던 것이지요...
 
 11. 어떡하셨어요?
 애 아빠하고 이야기했어요. 잘못된 버릇을 고쳐주려고 해요.
 '앞으로 심부름할 때 돈을 주지 말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던데, 툭하
 면 아이가 당연히 해야할 일도 모두 돈으로 계산할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을 전
 부 돈으로 따질 수야 있는가? 돈, 돈 하다가 가족 간의 사랑이고 뭐고 다 깨지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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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을 연결하여 글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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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세 살 돈버릇 여든까지 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를 겪지 않아서인지 참 무심하
 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어릴 때부터 아이 버릇을 잘 들여야겠다는 생
 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언젠가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 때문에 서운하였다. 문화 센터에서 사귄 영철이
 엄마가 볼 일이 있어 우리 집 근방에 왔다가 내가 생각이 나서 왔다며 수박 한
 통을 사 가지고 찾아왔다. 한참 수다를 떨다보니 저녁때가 되어 콩나물밥을 해먹
 기로 하고, 아이에게 슈퍼마켓에 가서 콩나물을 사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애가
 바쁘다며 황당하게도 내 심부름을 거절했다.
 
  영철이 엄마가 있어서 화를 낼 수 없었지만, 지가 암만 바빠도 그렇지, 엄마가
 모처럼 부탁하는 것이고, 그 정도는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었다. 더구나 영철이 엄마가 있는데.... 영철이 엄마가 속으로 버릇없이 키
 웠다고 생각할 텐데...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애 방으로 들어갔다. 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 것 같
 았다. 영철이 엄마 때문에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을 꾹 참
 고 애에게 다시 부탁하였다. '엄마가 평소에 너 공부하라고 심부름을 안 시키잖
 니? 니가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오늘 같은 날에는 엄마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심
 부름을 해야지. 저 아줌마가 나를 어떻게 보겠니? 그리고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2000원쯤 남을 텐데, 그 대신 그건 너 줄게.'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애가 아무
 말없이 돈을 받아 쥐고 벌떡 일어나 나갔다.
 
  벌떡 일어나는 것이 신통한 것이 아니라, 궁금했다. 제가 심부름을 하는 것이
 생각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돈 때문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돈 때문인 것 같았
 다. 지 아빠가 심부름할 때마다 심부름 값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가 바
 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나에게도 심부름값으로 용돈을 바란 것이다.
 
  그날 저녁 애 아빠하고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잘못된 버릇을 고쳐주자
 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심부름시키고 돈을 주지 않기로 하였다. 잘못하
 다가는 당연히 해야할 일도 아이가 모두 돈으로 계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일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도 많다. 돈, 돈 하다가 가족 간의 사랑처
 럼 더 큰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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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요? 쉽지요? 이런 방식으로 짧은 글쓰기부터 시작하세요. 한 문장을 서술하
 고, 그 문장에 있는 특정한 낱말에 밑줄을 그어, 살을 붙이세요. 물론 살 붙인
 문장에 있는 단어에 또 밑줄을 긋고 살을 붙여도 됩니다. 그렇게 한 다음, '이
 소리와 이 소리는 필요 없겠네' 하는 부분을 과감히 지우고 남은 것만 연결하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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