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큰외삼촌과 현아
이 름  김은미 날 짜  2000-05-08 오후 5:29:16 조회수  984

내용

 김 은 미(주부, 부천시 상1동 한아름마을)
 
 
  나는 외가 쪽으로 삼촌이 두 분 계신다.
  그 중 엄마의 동생인 큰외삼촌은 이십여 년 전 내가 여고 이학년 때 우리집에
 서 돌아가셨다. 그 삼촌은 직업 군인이었다. 강원도 양구 어느 부대에 다녔는
 데,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난 양구에 가는 게 너무나 좋았다. 삼촌은 무척 자상하
 였다. 항상 웃었고,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은 후엔 꼭 놓아주었다. 언젠가 탈영
 한 어느 군인을 감싸주다 웃사람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였다.
 
  방학이 끝나면 삼촌과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 왔다. 그 때 우리 삼촌은
 참 근사했다. 흰 피부에 귀 밑 구레나룻, 짙은 눈썹에 쌍꺼풀진 큰 눈, 오똑한
 코에 나뭇잎사귀 같은 입술. 삼촌이 빳빳한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
 이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난 아직까지도 우리 삼촌보다 멋진 군인을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삼촌은 사업이 하고 싶다며 집안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인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삼촌은 병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집으로 왔다. 난 삼촌과 함께 살게 되어서 좋기
 만 했다. 그러나 나날이 병이 더 깊어지더니 앓아 누운 지 석달도 되지 않아 삼
 촌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때 삼촌 나이 서른아홉 살이었다.
 
  삼촌의 집 양구에는 외숙모 뱃속에 있는 유복자를 포함해 딸이 일곱이었다. 그
 중에 둘째 딸 현아는 삼촌을 꼭 닮았다. 참 예뻤다. 내 친 동생이었으면 했다.
 까만 눈, 찰랑거리는 단발머리, 하얀 피부, 웃을 때 살짝 생기는 보조개. 현아
 는 성격이 차분하고 고왔으며 늘 남을 배려 할 줄 알았다.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린 현아는 어려서부터 그 집안의 아들 노릇을 했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고등학교를 야간으로 다니며 파출소 급사를 하더니, 나중에 경
 찰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여자 경찰이 되었다. 경찰복을 입은 현아는 영락없이
 삼촌 모습 그대로였다.
 
  현아의 결혼을 위해 혼수 준비로 잠깐 만났을 때 "현아야! 고모가 사준다잖아,
 세련되고 비싼 걸루 골라 알았지!" "아니에요. 언니나 고모가 사주시는 건 다 좋
 아요."하고 배시시 웃으며 고개 숙이던 현아......
 
  같은 경찰과 결혼한 현아는 결혼 후에도 시댁의 가장 노릇을 어김없이 잘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지난 1월 1일 느닷없이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현아가 죽었단
 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려다 아이는 사산되고 피가 모자라 수혈을 하는데, 인
 턴이 핏줄을 못 찾아 목의 핏줄에 수혈을 한다는 것이 그만 기도로 들어가 기도
 가 막혀 질식했다는 거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대학병원에서 그것도 아이를 낳다 죽다니! 신정이라 정
 식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병원측에선 의료사를 인정하며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기만 급급해 하였다.
 
  사람들은 말했다. 나이가 아깝다느니, 인물이 아깝다느니...... 삼촌이 돌아 가
 셨을 때와 똑같은 말들을 했다. 현아는 이제 서른 둘인데....... 이상한일이다.
 자꾸만 삼촌의 얼굴과 현아의 얼굴이 겹쳐져 떠오른다. (200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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