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왕따 현상을 통해 본 학생 인권 실태와 대안
이 름  배경내 날 짜  2000-03-25 오후 11:41:18 조회수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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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따현상을 통해본 학생인권 실태와 대안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인권교육실장)
 
 
 
 청소년 범죄나 비행, 학교폭력, 가출, 자살, 학교부적응, 약물남용 등 이른바 청소년
 문제로 한국사회는 몸살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왕따'현상이 새로운 청소년문제
 로 크게 대두된 바 있다. 여기저기서 이러한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진단
 과 분석, 대안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표피적인 것에 불과하다
 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또 단기간 내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청소년문제는 결코 소수 비행청소년들만이 일으키는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
 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 사회 등 그들의 삶
 이 구성되는 모든 공간에서 불평등과 차별, 권위주의적 위계질서, 입시위주의 학교교
 육, 각종 규율과 법률을 동원한 사회적 통제, 기성세대와의 가치관 충돌, 불안한 인간
 관계와 소외감 등으로 심한 갈등과 억압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억압이 축적
 되면서 가학적 일탈행위나 자살과 같은 자학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청소년 모두가 잠재적 일탈자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심정적 일체감을 형성한 집단이 한 개인에 대해 집단적으로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행
 사하면서 가학적 쾌감을 경험하게 되는 '왕따'현상 역시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갈
 등과 억압이 축적되면서 나타난 불행한 결과이다. 왕따현상을 단지 청소년들의 윤리
 와 가치관이 타락한 결과로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우리사회의 구조와 문화가 갖고
 있는 특성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결과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선명하게 구별될 수 없다.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 역시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이며, 청소년 모두가 왕따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어쩌면 그런 짓을…"이 아니라 "우리 사
 회가 아이들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다니…"라는 입장에서 왕따문제를 진단할 때 본질적
 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다.
 
 
 
 1. 왜 청소년 사이의 왕따현상만이 문제가 되는가?
 
 사실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따돌림이나 집단적·명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집
 단적 왕따현상은 어느 사회공간 속에서나 발생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다. 특히 IMF
 이후 대기발령자나 명퇴대상자들이 경쟁에서 도태한 자로 낙인찍히면서 직장내에서도
 왕따현상과 유사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사이의 왕따현상
 만이 유독 특별한 주목을 받고 정부당국의 단속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왕따현상의 주된 주체가 다름아닌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
 치관과 삶의 태도를 가르칠 수 없는 사회를 형성해 놓고 또 이에 동조 또는 묵인하고
 있는 대다수의 성인들이 아이들만은 사회가 '암시'하는 대로 자라나지 않기를 바라는
 허황된 기대를 갖고 있다. 이 기대가 배신당하자, 왕따문제를 아이들만의 문제로 치부
 해버리면서 도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 속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
 고 네가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의 성인들이 갖고 있는 이중규범이 내재되어 있다. 어
 른들은 그래도 되지만 아이들만은 그래선 안된다는 이중규범으로 청소년 문제를 관찰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어떤 사회 공간보다도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왕따문제가 심각하
 기 때문에 청소년 사이의 왕따현상이 각별한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청소년
 들의 윤리와 가치관이 성인들보다도 더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과 학생
 이라는 신분이 갖고 있는 물리적 조건으로부터 연유한다. 계급·계층적 출신, 가정환
 경, 문화, 가치관, 능력과 개성 등이 각기 상이한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대부분
 의 시간을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늘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학교의 물리적 조건
 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과 시간 속에 얽매여 있는 존재들이다. 따라
 서 학교를 벗어난 다른 공간과 시간을 향유하기 어려운, 철저히 제도화된 삶을 살아가
 야만 한다. 비록 학교 외의 다른 공간과 시간을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정당
 한 사회적 평가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커다란 용기나 뿌리깊은 절망이 없이는 다른
 것을 선택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매개로 인간관계
 를 형성해나갈 수밖에 없다. 지루하고 억압적인 학교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유대의식은 일정 정도 갈등해소와 비상구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성인들처럼 다
 른 인간관계나 공간을 통해 갈등과 소외감을 해소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반 친구
 들과의 유대관계가 절대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좁은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부딪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 따라서 친구들과 맺는 인간관계가 상당한 중요성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 특히 청소년기 자체가 또래들과의 유대관계나 공유하는 문화에 가장 민감
 한 시기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특성을 배려해 인간관계를 맺고 갈등
 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 사회의 다
 른 어떤 공간보다도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왕따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
 다.
 
 
 
 2. 왕따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왕따현상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가학적 폭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왕따현상 자체
 가 갖고 있는 모순적 성격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왕따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아이들
 의 특성과 왕따를 시키기로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공모하게 되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
 기 때문이다.
 
 우선 왕따의 대상이 무차별적으로 되어간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많은 아이들이 왕따의 원인이 피해자 자신에게 있다고 대답하고 있음을 기억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원인을 피해대상에게서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
 당화하고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는 자기정당화기제의 발동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
 만, 왕따의 대상으로 주로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하는 아이들과 이기적인 아이
 들, 교사에게 아부하는 아이들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왕따행위가 학교와 기성세
 대가 제공하는 지배적인 가치관과 사회적 불평등을 확연히 드러내는 행위나 또래집단
 의 규범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징계'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우리 사회와 학교가 '암시'하는 가치관과 문화를 내
 면화하고 또래집단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왕따시킴으로써 지배문화에 저항하
 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왕따문화는 지배적인 학교문화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갖고 있는 하는 반(反)학
 교문화의 한 현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동원한 왜
 곡된 형태의 징계와 처벌이라는 데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폭력과의 친화성은 반학교
 문화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특성이다. 지배문화의 본질을 간파하고 이에 저항하지만
 갈등과 문제를 지혜롭고 평화롭게 본질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배
 제'의 방법으로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왕따현상은 청소년들이 가장 혐오하고 불신하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스스
 로 철저히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단지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
 만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왕따의 대상 가운데는 빈곤과 가정해체 등 사회의 음지
 속에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도 많다. 단지 '가난하다', '지저분하다'라는 이유로 결식
 아동이나 빈곤계층의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왕따현상은 경제사회적 약자가 되는 원인
 을 단지 개인의 무능력 탓으로만 돌려버리고 이들의 사회적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하려
 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우리사회의 지배적 가
 치관을 청소년들이 그대로 내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왕따는 매우 모순적 성격을 갖고 있는 문화현상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원인
 으로부터 비롯되었든 간에 왕따현상 자체가 매우 폭력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
 외감을 결여하고 있음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왕따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와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왕따의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3. '왕따'를 만들어내는 왕따문화
 
 한 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는 그 역사적 경험과 구조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오랜 식민지배와 반공주의로 무장한 군사독재 아래서 집단주의적 가치관
 과 획일화된 문화, 폭력에 관대한 의식, 뿌리깊은 반공·반북주의 등이 형성되어 왔
 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오른쪽' 날개로만 날아야 한다"는
 식의 반공주의적 사상통제와 국가가 유일한 진리의 심판자라는 시각은 국가보안법과
 같은 각종 악법과 국정교과서제도 등 획일화된 기준과 가치관을 강요할 수 있도록 만
 든다. 이를 통해 형성된 획일화된 문화와 집단주의적 가치관은 나와 다른 것은 용납하
 지 않는 '배제의 문화'를 배양해 왔다. 나와 다른 가치관이나 개성, 문화를 갖고 있
 는 사람을 포용하지 않고 이를 집단의 힘으로 무력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유교와 가부장제, 중압집권적 관료체제와 독재의 경험이 결합되어 고착화된 권위주의
 적 전통 또한 한국사회의 지배적 문화 가운데 하나다. 국가와 교사와 부모가 명령하
 는 것에는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식의 권위주의 문화는 순종만을 미덕으로 강조하
 며, 이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억압한다. 인간의 자율성과 다양성
 은 인정되지 않으며, 합리적 대화나 토론보다는 폭력과 강제를 동원하더라도 복종하도
 록 만드는 것이 우선적 해결책으로 사고되는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경제성장에만 몰두해 온 한국자본주의의 역사 또한 우리사
 회의 문화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인간을 부와 학
 력, 사회적 지위로만 평가하는 사회, 패자(敗者)와 약자(弱者)를 포용하기보다는 철저
 히 배제·격리·소외시키는 사회, 사회적 소수집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등 '차별과
 배제'에 기초한 사회구조는 왕따문제와 같은 차별과 배제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왕따문제는 '차별과 배제와 폭력'이 순환되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그대
 로 반영하고 있다. 사회의 구조와 문화 자체가 철저히 '왕따' 구조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왕따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폭력과 순종, 차별과 배제만을 암시하는 병든 사회의 단면이며,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기와 정당성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후로 해석되어야 한다.
 
 
 
 4. 청소년을 왕따시키는 학교현장
 
 1> 지배적인 학교문화
 
 청소년들의 삶을 결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바로 학교라는 점, 그리고 왕따현상이 학
 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은 학교교육과 왕따현상이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
 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구조와 문화가 '왕따'의 구조와 문화라고 할
 때, 학교현장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육은 높은 교육열과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특징지어진다. 급격한 신분질서의 붕
 괴와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한정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파행적
 교육열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낳았던 것이다.
 
 입시문화와 권위주의문화는 학교의 지배적 문화이다. 성적만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입
 시문화와 '명령과 복종'의 관계만 바람직한 관계로 강요하는 권위주의 문화가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엄격한 위계질서, 폭력과 강제를 통해 교육효
 과를 높이려는 교육방법, 획일화된 기준과 이에 대한 순종을 강요하는 학교규율, 승자
 와 패자를 양분하고 차별하는 경쟁적 인간관계 등은 획일주의와 권위주의, 폭력에 대
 한 순응, 경쟁적 삶의 방식 등을 내면화하도록 가르친다. 결국 지금까지의 학교교육
 은 국가와 자본이 필요로 하는 효율적으로 관리된 인간, 순종적인 노동력, 폭력에 길
 들여진 인간, 경쟁적인 인간 등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
 다.
 
 이러한 학교교육 속에서는 가치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존
 중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단편적 지식을 암기시키는 데 급
 급할 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 더불어 살아가는 태
 도,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 민주적 인간관계를 맺어나가는 능력, 평
 화적·합리적인 문제해결 능력, 나의 감정과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
 정과 의사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기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할 줄 하는 인권
 의식 등 가장 중요한 능력은 가르치지 못한다. 오히려 학교교육은 경쟁과 불관용, 폭
 력,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시, 집단주의적 획일성 등을 잠재적으로 학습시키고 있
 다.
 
 2> 청소년의 인권을 부정하는 학교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 하에서 청소년들은 '학생'이라는 신분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으
 며, 존엄성과 자율성, 권리를 철저히 억압당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단지 교화와 훈
 육, 통제의 대상으로만 간주할 뿐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또 학교가 요구
 하는 지식과 태도, 가치에 순종할 때만 '학생답다'라는 획일화된 기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획일화된 기준을 강제하기 위해 학교는 체벌과 언어폭력, 소지품검사·두발검
 사와 같은 각종 검사와 교칙, 생활태도의 점수화 등의 다양한 통제방법을 동원한다.
 이 기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문제아' '반항아'라는 낙인을 부여함으로
 써 배제시켜 버린다. 또 교장과 소수의 교사만이 의사결정과정을 독점하고 학교운영과
 정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나 자유로운 비판은 철저히 통제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
 생들의 존엄성은 당연히 무시될 수밖에 없으며, 자기결정권, 의사표현의 자유, 사생활
 의 자유, 참여권 등도 억압당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다양성과 자율성, 의사표현과
 참여를 봉쇄하고 있는, 그야말로 학생들을 철저히 왕따시켜 버리는 것이 바로 학교의
 지배적 풍토인 것이다.
 
 청소년을 왕따시키고 그들의 인권을 부정하는 반(反)인권적 학교문화는 학생들을 심
 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몰아넣는다. 인권침해의 경험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 부정적인 자아정체감 등을 형성하도록 만드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
 다. 문제는 결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인권침해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갈등
 과 억압이 일탈과 폭력을 통해 표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권침해의 피해자로서의
 경험이 이들을 또다른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되도록 만들며, 결국 폭력과 인권침해의
 구조가 재생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교육이야말로 왕따문제를 낳
 는 자양분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5. 왕따문제의 대안 -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풍토 마련
 
 결국 왕따문제는 사회와 특히 학교의 반(反)인권적 구조와 문화 속에서 생겨날 수밖
 에 없었던 필연적 결과이자 구조적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학교교육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단지 '처벌과 격
 리'를 통해 눈에 보이는 현상만 억제하려는 시책만을 발표할 뿐이다. 지난 1월 26일
 교육부는 왕따를 당한 학생이나 왕따를 시킨 학생들에 대한 전학이나 재택학습을 허용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김대중대통령의 지시가 있자 긴급히 마련한 탁
 상행정의 대표적 표본이었다. 교육적 대안을 수립하기보다는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
 를 격리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왕따는 더욱 왕따시키고 가해학생에게는 '문제아' '나
 쁜 아이'라는 낙인을 부여함으로써 왕따시켜버리는 정책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소년들의 왕따현상은 우리 사회가 철저한 왕따문화를 갖
 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왕따문제의 궁극적 해결 역시 왕따문화를 만들
 어내는 반(反)인권적 구조와 문화를 개선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
 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얼마 만큼 실현할 수 있는가에 해결 여부가 달려있음을 의미한
 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왕따현상이 주로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학교현장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공동체성과 자율성이 함께 싹
 틀 수 있는 풍토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부터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관련 행위자 모두가 학
 생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낮은 인권의식과 문
 화는 인권침해를 지속시키고, 이를 유지하는 구조와 문화를 재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하
 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교권은 결
 코 체벌을 통해 지켜질 수 없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풍토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학생들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지는 않는지를 반성함으로써 새로운 교사문화를 만들어나갈 때 진정한 교사의
 권위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권리와 자율성도 함께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다수의 교사들 역시 인권침
 해의 희생자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내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교사와 학생들의 참여를 인정하는 구조로 변
 화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교칙이나 생활지도 규정 등 학교규율을 제·개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학생들의 교육선택권과 주체적 학습이 가능한 방향으
 로 교육과정이 재편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밖으로부터의 자극과 비판이 지
 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감시망을 형성, 학교
 를 견제함으로써 학교 내부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연대망이 형성되어야 한다.
 
 여기서 18세 미만 아동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
 조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약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성인과 다름없는 보편
 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 동시에,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적 착취나 성적 착취,
 전시동원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조약은 학교교육의 목표가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심을 배양하는 데 두
 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1년 이 조약에 가입했고, 따라서 조
 약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정책과 법률, 관행 등을 조정해야 할 의
 무를 갖고 있다. 이 조약의 홍보와 이행체계 마련, 이행 여부의 감시활동 등은 청소년
 의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학교풍토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6. 인권교육으로부터 시작하자!
 
 특히 지금 당장이라도 학교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이 도입되어야 한다. 왕따와 같은 문화
 현상의 궁극적 해결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존중심을 기를 때만 가능하
 고, 배제와 차별에 기초한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꿔내는 힘도 인권교육을 통해서 형성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 역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배
 울 수 있는 권리를 가장 중요한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으며, 유엔과 같은 국제인권기구
 들도 인권교육이야말로 세계평화와 인권보장의 근본적 토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흔히 인권교육을 이야기할 때, '권리만 강조하면 의무가 간과될 수밖에 없고 이기적이
 고 책임의식을 결여한 인간을 길러낼 위험이 있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이는
 인권과 인권교육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편견에 불과하다. 인권교육은 인간의 존엄
 성과 권리가 무엇인지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등, 평화, 그
 리고 사회적 연대의식 등 인권을 옹호하는 태도와 가치를 기르는 데 목표를 두고 있
 다. 청소년 스스로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차별과 불평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시, 권력남용 등과 같은 인권침해에 맞서 적극적으로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인권교육인 것이다.
 
 인권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나의 의사와 감정을 분명히 표현하는 능력,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는 능력, 민주적 인간관계를 맺어나가는 능력, 평화적·합리적 문제해
 결능력,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고 존중하는 능력, 배제와 차별에 맞서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사회적 연대의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인권교육은 결코 학교교육의 일부 내용만 바꾼다고 해서, 인권교육을 하나의
 교과로만 도입한다고 해서 성취될 수는 없다. 인권을 알고 옹호할 수 있는 능력과 인
 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심은 오직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방법을 통해서만 길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억압적인 교실분위기와 교사중심
 적 교육방식으로는 결코 올바른 인권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학
 교교육의 목표와 과정, 방법 모든 측면을 총체적으로 재편성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권의 내용과 가치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결코 나의 권리와 존엄
 성만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시키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람의 인권이 골고루 존중될 수 있는 사회문화와 구조를 만드
 는 데 동참하고, 친구와 이웃,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권리를 침해받기 쉬운 취약집
 단의 인권보장을 위해 연대한다. 오히려 왕따현상과 같은 '차별과 배제의 문화'가 생
 겨나거나 발붙일 수 없는 관용과 인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인권교육
 은 학교현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인권적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궁극적
 힘을 배양할 것이다.
 
 이 글 원본을 찾으시려면 http://www.sebabo.net/에 가시어 왼쪽 위에 있는 <지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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