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번 "사랑해"
이 름  한효석 날 짜  2012-08-23 오후 1:39:03 조회수  419

내용

 하루에 세 번 “사랑해”
 
  상대방은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요? 배우자든 공무원이든 직원이든
 한 번에 척 말을 듣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을 그만 보라, 일찍 들
 어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도로 망가진 것을 몇 번이나 신고해도 관청
 은 말이 없고, 부하 직원은 시키는대로 일을 시원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 같
 습니다.
 
  언젠가 아는 사람이 회사 사장을 두고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게 처리하면 회
 사 손해가 크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사장은 매번 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거지
 요. 그래서 제가 그 정도 조언하였으면 충분하니 그만 하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회사는 그 사장 개인 것입니다. 사장이 그런 손해를 감내하면서도 시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하였지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남에게 충고하는 것은 한 번쯤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친
 한 사람이면 정으로 한 번 더, 회사원이면 회사를 위해 한 번 더 충고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아주 절실한 일에는 한 번 더, 즉 세 번을 이야기하면 자기 도
 리를 다한 것 같습니다. 그 이상 이야기해보았자 돌아오는 말은 “너는 나만 보
 면 늘 그 소리냐?”일 겁니다.
 
  그러고 보니 세 번이 작은 것이 아닙니다.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면 농담도
 진실이 됩니다. 세 사람이 임금에게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거짓
 도 사실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재판도 3심을 거치면 사람들은 법원 판단을 현실
 로 받아들입니다. 서양에서는 적어도 하루 세 번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
 면, 사랑이 식은 것으로 본답니다.
 
  그렇게 보면 선진국이란 같은 사건이 두 번만 일어나면 관심을 보이는 나라입
 니다. 서로 약속한 것이 아닌데, 비슷한 일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면 “우리 사
 회가 지금 그럴만한 풍토가 되어 있다”고 보는 거지요. 즉, 도시 한 복판에서
 묻지마 폭력이 벌어지면 가해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사회 문제로 보
 고 접근하는 식입니다.
 
  결국 수능시험 이후 많은 아이들이 자살하는 것도 사회 문제, 학교 폭력과 왕
 따도 어떤 특정한 아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입니다. 용역 업체가 노동자에
 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파업을 야박하게 대하는 풍토가 반영된 우리
 사회 문제이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는 지금도 재능교육 노조처럼 부당해고에 맞서 5년 가까
 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나몰라라 합니다. 제주도 강정 마을에서 몇 년째 수
 없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무시하고, 사대강 사업을 두고 부작용과 후유증
 을 수없이 경고해도 관계 당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밀어부칩니다.
 
  삼백, 삼천 번을 이야기해도 도무지 들은 척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머
 리카락을 확 밀어버리고 몸에 쇠사슬을 두르거나, 삼보일배하며 길거리로 나섭
 니다. 그래도 안되면 김진숙처럼 타워크레인에 오르고, 그 끈마저 없다고 생각
 하면 사람들은 세상을 버립니다. 그렇게 쌍용차 사태 이후 22명이 희생되었습니
 다. 삼천 번, 삼만 번 호소를 무시하는 우리 사회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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