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김치, 너마저
이 름  한효석 날 짜  2010-10-08 오전 8:29:04 조회수  691

내용

 배추와 김치, 너마저
 
  여기저기에서 폭등한 배추 값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가정집에서 배추 몇 포
 기를 놓고 망설이는데,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어렵지요. 식당에서 김치
 를 더 달라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어느 식당에서는 김치 값을 따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봄부터 냉해로 시작하여 가을 태풍과
 폭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 집이 음식 장사를 10년 가까이 하고 있으니, 어떤 사람은 그것만
 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여러 식당이 문을 닫고,
 자영업자가 몇 십만 명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판에 식당이 굴러가는 것 자
 체가 신기하다는 것이지요. 가끔 창업 요령이나, 음식점 운영 비결을 묻는 사람
 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않는 것뿐이지, 어렵지 않을 리가 있습니까? 우리네 삶이
 쉬운 적이 있었나요?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 줍니까? 땀 흘려 노력하지 않고 결
 실이 그냥 굴러들어오던가요? 생각지 않던 행운이 넝쿨째 들어온 적이 있나요?
 힘들고 어려울 때 나라가 흔쾌히 어깨를 빌려 주던가요?
 
  음식점 주인은 언제 어느 때나 장사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꿈꾸는 것과는 다릅니다. 점심때는 바쁘다가 저녁때에는 손님이 뚝 끊어지지
 요. 일요일에는 매출이 좀 있지만 평일은 놀다시피 합니다. 4월과 5월에는 정신
 없이 팔다가 11월과 12월에는 한가합니다. 어느 해는 대체로 괜찮다가 그 다음
 해는 아주 고전을 하지요.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이런저런 메뉴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합니다. 실내 인테
 리어를 바꾸어 보고, 아침마다 각오를 다집니다. 그래서 점심때처럼 저녁 장사
 도 잘 되고, 봄 장사처럼 겨울 장사도 한 몫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게 말
 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음식점이 1년 내내 바쁘면 집도 사람도 견디어 내지 못합니다.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서서히 삶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젠가 음식점이 돈을 버는 곳
 이 아니라, 생활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점심 장사, 봄 장사라도 되는
 것이 고맙지요. 그러니 현실을 받아들여 높고 낮을 때를 인정하면 10년 장사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조선 왕조에 임금이 수십 명 있었어도 모두 성군은 아니었습니
 다. 가끔 때맞추어 좋은 임금이 나타나면 왕조가 500년은 가는 것이지요. 인생
 도 장사도 그렇게 가끔 잘 되면 그 기운으로 힘든 날을 넘기는 것 같습니다. 그
 러므로 현실이 어렵다는 것은 과거가 좋았으며, 다가올 미래가 밝다는 뜻입니
 다.
 
  내리막길일수록 힘껏 내달려야 앞에 있는 언덕을 차고 오를 수 있는 힘이 생깁
 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그것만 넘기자며 하루를 보내면 됩니다. 멀리 보면
 머리만 복잡해지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노라면 언젠가 옛날이야기
 를 하며 살 때가 있을 겁니다. 기운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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